영혼의 해부 - 뇌의 발견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켰나
칼 지머 지음, 조성숙 옮김 / 해나무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할 때에 우리는 동물과 무엇이 다른가에 초점을 맞춘다. 즉 비교대상을 상정하고 그것과의 다른 점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방법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우리는 동물들과 비교해서 생각이나 감정 등이 다르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이에 따른 또 하나의 의문점은 이렇게 다른 점이 우리의 신체에 어떤 부분일까를 고민했을 것이다.

이에 대한 대답에 해당하는 부분은 바로 심장이었다. 우리는 지금도 이성을 사랑하게 되면 가슴이 뜨거워지고 두근거림을 느낀다. 그렇기에 우리의 선조들은 가슴 즉, 심장이 이러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시작하여 많은 학자들은 이러한 생각을 답습했다. 그러나 16세기에 한 영국의 의사인 토머스 윌리스는 이것이 잘못된 이론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영혼의 해부>(해나무.2007년)는 인간의 정체성을 규정짓는 부위가 심장이 아니라 ‘뇌’라는 것을 최초로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밝혀낸 토머스 윌리스에 대한 이야기다.

17세기 유럽은 온통 종교 전쟁에 휩싸인 시기였다. 영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청교도 혁명이 일어난 시기였다. 또 이 시기는 근대과학이 화려하게 꽃을 피운 시기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근대과학에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최초로 수혈실험을 한 로버트 로워, 혈액순환을 발견하고 생리학을 탄생시킨 윌리엄 하비, 또 토머스 윌리스의 제자였던 정치철학자 존 로크 등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토머스 윌리스 이전에도 인체를 해부해서 뇌를 직접 연구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윌리스가 그들과 다른 점은 우선 뇌를 오랜 동안 형태를 유지하는 방법을 알았던 것이다. 또 그는 과거의 통념, 즉 심장이 생각이나 의식의 중추라는 말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즉 과학자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또 통념에 대해서 ‘왜’라고 외쳐야 한다는 것을 윌리스는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윌리스는 그의 동료인 보일이 만들어준 와인정제나 방부제를 사용함으로 인해 뇌를 오랜 동안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보관할 수 있게 된 점이 특히 중요했다. 그랬기에 윌리스는 뇌를 온전한 상태로 오랫동안 연구할 수 있었던 장점이 있었다.

 

이로서 윌리스는 인간의 정체성이 뇌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그는 신경학을 탄생시킨다. 그러나 윌리스의 이론은 150년 이나 뒤에 가서야 빛을 보게 된다. 이는 윌리스의 제자이던 존 로크 때문이었다. 존 로크는 인간의 관념이 뇌의 해부나 화학작용으로 알 수 없다는 주장을 했는데, 사람들이 로크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들은 윌리스가 옳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1세기인 지금은 뇌를 해부하지 않고도 뇌의 기능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자기공명영상장치(MRI)라는 이름을 가진 장비를 발명했기 때문이다. MRI를 통해 뇌의 기능을 파악해보면 윌리스가 바라본 뇌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즉 과학사적으로 파악했을 때 로크가 승리한 것은 150년간이었을 뿐이고 최후 승자는 토머스 윌리스였다.

 

그러나 현대의 과학으로도 우리는 뇌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일부분밖에 없다. 아직도 우리들은 뇌의 신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뇌 전체를 안다는 것은 희망사항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뇌를 알 수 있다면 우리는 인간이란 존재의 전부를 알 수 있을 것이지만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칼 지머라는 과학 저널리스트로서, 미국의 과학잡지 <디스커버>의 수석편집장을 역임했고, <뉴욕타임즈>, <내셔널 지오그래픽>, <뉴스위크>,<사이언스> 등에 정기적으로 과학 컬럼을 기고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만큼 과학적인 사실에 대해서도 치밀하게 쓰고 있으며, 더불어 17세기 영국의 정치사까지도 세세히 밝혀주고 있다. 그러니까 독자들은 17세기 영국의 과학사와 정치사를 함께 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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