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과 매혹의 고고학 - C.W.쎄람의 사진으로 보는 고고학 역사 이야기
C. W. 세람 지음, 강미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하인리히 슐리만은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지만, 부는 그의 목적이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서 돈이란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하는데 있어서 도구였을 뿐이다. 그는 호메로스의 <일리야드>를 한쪽 겨드랑이에 끼고 살았다. 그는 <일리야드>에 실린 ‘트로이 전쟁’을이 과거에 실제 일어난 전쟁이라고 생각했기에, 이를 발굴하는 것이 그의 목적이었다. 사람들은 <일리야드>를 신화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슐리만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슐리만은 집념과 용기로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실체로 보여준다. 19세기 후반 슐리만은 신화 속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던 ‘트로이’를 역사로 끌어낸다. 아마 이 발굴은 고고학사에 있어서 가장 큰 발굴 중의 하나였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헬렌’도 ‘아가맴논’, ‘아킬레우스’가 모두 역사상에 존재했던 실제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슐리만의 발굴과정은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의 열정덕분에 후대의 우리들은 과거 인간 역사의 진실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었다.

 

<몽상과 매혹의 고고학>(랜덤하우스코리아.2008년)은 슐리만과 같은 수많은 고고학자들의 집념어린 노력의 결과 역사에서 모습을 드러낸 많은 유적과 유물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땅속으로 사라진 폼페이의 모습과 지중해에서 피어난 크레타-미케네 문명을 보여준다. 또 이집트의 찬란한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꽃을 피웠던 거대한 문명의 현장과 아메리카 대륙에서 빛을 발했던 문명의 모습을 멋진 글과 320여장에 달하는 사진으로 그 의미를 독자들에게 되새겨주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고고학자들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유적지를 탐사하고 유물들을 발굴한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그 유물들을 자신의 나라로 보낸다. 약탈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행동이 고고학사에는 당연시되던 시기였다. 지금도 대영박물관이나 루브르 박물관에 가면 자신의 나라 유물은 없고, 외국에서 약탈해온 유물들로 꽉 채워져 있음을 방문객들은 알 수 있다. 작은 유물뿐만 아니라 신전과 같은 건물조차도 그대로 옮겨 놓은 것도 볼 수 있다. 물론 이 책에 등장하는 고고학자들 덕분에 우리는 인류의 과거에 대해서 더욱 많은 것을 알게 되었지만, 마음이 씁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발굴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그 유물의 의미를 밝히는 것이다. 이는 유물에 대한 해석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유물에 대한 과학적인 해석 작업을 통해서 인류는 ‘과거의 재창조’를 이루어 냈다. 또한 유물에 있어서 소유보다도 중요한 것 역시 유물이 우리의 역사속에서 차지하고 있는 가치를 파악하는 것에 있음에도 많은 수의 근세 고고학자들은 소유에 중점을 두었음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또한 유물의 발굴에 있어서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함에도 기술이 부족하고 문화재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말미암아 유적지나 유물을 망가뜨려 버린 사례도 볼 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일은 흔치않게 일어났다. 근세도 아닌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인 1971년에 벌어진 무령왕릉 발굴은 불과 하루 만에 끝이 났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날림 발굴의 현장이었다.

 

유적지나 유물에 대해서 그 의미를 제대로 읽어낸다는 것은 한 국가의 문화, 교양 및 지적 수준을 그대로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숭례문 화재사건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관심이 평소에도 그런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다. 우리들은 평상시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가 그런 사건이 터진 다음에야 걱정하고 슬퍼하는 것은 아닌지 한 번 생각해보자.

 

역사의 진실을 위해 고대의 쓰레기장에서부터 무덤 속까지 파헤쳐서 그 의미를 읽어내고 있는 고고학자들의 노력을 통해서 우리들은 현재의 우리들의 모습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의 목숨을 건 열정적인 노력이 이 한 권의 책에 녹아있다. 고고학자들의 발굴은 진실을 위한 진정 아름다운 도전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1949년 <낭만적인 고고학 산책>이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고학 책을 저술한 C.W.쎄람이다. 그리고 이 책 <몽상과 매혹의 고고학>은 1958년에 발간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