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미셸 옹프레의 '비판적' 평전은 반쪽자리이다. 이 책만으로는 평전이라고 말할 수 없고, 평, 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왜 그런가? 이 책에서는 매 쪽마다 프로이트의 이름이 빠지지 않지만, 동시에 매 쪽마다 프로이트를 비판하는데 공간을 할애하고 있다. 프로이트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어떤 편지들을 주고받았는지는 전혀 나와있지 않다. 물론 미셸 옹프레는 이야기한다. '내가 이 사람이 쓴 편지를 읽어보았는데, 이런 내용이더라구' 하지만 그런 편지들에 대하여 제대로 미주를 쓰지 않는다. 그러면 미셸 옹프레는 그저 자신의 비판을 위하여 자료를 가공해내고, 심지어 지어내는 것인가? 그런데 또 그건 아니다. 그가 언급한 편지는 다른 책들에서도 동일한 내용으로 언급되는 것이다.같은 자료를 두고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바로 이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이 책만이 아니라 다른 책들과 겹쳐 읽어야만 그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리뷰를 쓰기에 앞서서 이 책과 같이 읽었던 책들, 그리고 같이 읽으면 좋을만한 책들을 소개한다. 그러니 이 글은 일종의 서지정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다른 책은 못읽어도 좋은데 피터 게이, 의 이 프로이트 평전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 미셸 옹프레가 위의 우상의 추락, 본문에서 프로이트를 미화한 전기작가의 예로 가장 많이 드는 사람이 바로 피터 게이와 프로이트의 제자인 어니스트 존스, 다. 어니스트 존스, 의 책은 번역된 것이 없다. 하지만 피터 게이의 책은 위와 같이 번역되어 있다. 이 책을 읽고 우상의 추락, 을 읽으면 어떻게 같은 증거를 가지고 다르게 해석을 하고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우상의 추락, 에서 부족한 프로이트의 전기적 요소를 채워주기에 그 중요성이 아래에 소개할 다른 책들에 비하여 (심지어 프로이트 전집보다도) 매우 높다.

 

 

 

 

 

 

 

 

 

 

 

 

 

 

 

미셸 옹프레는 이야기한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일종의 종교와 마찬가지라고. 종교라면 경전이 있어야 한다. 프로이트학에서의 경전은 그가 쓴 전집들이다. 물론 전집을 다 읽으면 우리가 저 책을 읽어나가는데 도움이 될테지만, 그런 작업을 하기란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몇 개의 저작을 골라서 읽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저작을 골라야 할까? 유대교 카발리스트들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물론 카발라에서의 조하르, 등의 위상도 높지만, 그래도 카발라 연구중 가장 읽어야 할 책은 토라, 모세 5경이라고 말이다. 위에 꼽은 세 가지 책, 은 그에 상응할만한 책이다. 프로이트학의 토라, 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꿈의 해석,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 정신분석학의 근본 개념 (정확히 말하자면 이 중에서도 자아와 이드, 이리라.) 그리고 굳이 다섯 권을 채우자면 여기에 토템과 터부, 예술 문학 정신분석, 을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전집을 읽을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어도 괜찮다. 이 책과 피터 게이, 의 프로이트 평전을 겹쳐 읽는다면 프로이트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이 프로이트의 환자들, 은 프로이트 전집의 목차를 제공한다. 연대순으로도 정리해놓기도 하였으니 부록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사실 읽어도 좋고, 읽지 않아도 좋다. 의외로 피터 게이의 평전에서는 이 책에 대한 이야기가 그렇게 많이 다루어지지는 않지만 도라, 안나 O, 늑대인간, 쥐인간 등과 같은 사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저 책은 프로이트에게 신경병자의 생각 구조를 통찰할 수 있는 기회였었다. 미셸 옹프레는 우상의 추락, 에서 프로이트가 환자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자신의 이론을 짜맞춘다는 근거로 프로이트가 이 사례를 다룬 것을 이야기한다. 한편으로는 프로이트에게 귀중한 재료가 되어주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볼때에는 미셸 옹프레의 이야기도 충분히 일리가 있는 이야기이다.

 

 

 

 

 

 

 

 

 

 

 

 

 

 

 

 

왜 갑자기 가스통 바슐라르, 를 참고 저서에 넣어두었을까? 첫번째 이유는 우상의 추락, 의 서문에서 미셸 옹프레가 가스통 바슐라르의 저서도 읽어보았다, 라고 적어두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그런 이유라면 그가 읽은 모든 철학자들의 저서를 이 글에 담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두번째 이유가 필요하다. 위의 우상의 추락, 을 읽어나가다보면 미셸 옹프레는 은연중에 의식에 대한 현상학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어려운 이야기를 제외하면, 그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대한 기본 전제들에 반론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의 기본 전제 중 하나가 인간의 모든 현상들에는 무의식적인 동기가 작용한다, 라는 것이다. 그런데 미셸 옹프레는 바로 이 전제에 맹렬한 비판을 가한다. 바로 그 부분에서 가스통 바슐라르의 몽상의 의식, 이라 명명된 그 개념을 행간에 넣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개념 자체는 가스통 바슐라르, 본인이 고백하듯이 현상학적인 접근의 도움을 받아서 나온 것이다. 바로 이 부분때문에 정신분석학적 무의식과 현상학적인 의식의 관계에 있어서 완충작용을 할 수 있다. 프로이트학의 기본 전제를 맹렬히 비난하면서 무의식의 부인은 끝끝내 하지 않는 미셸 옹프레의 태도로 미루어 볼 때 떠올릴수있다. 왼쪽의 살림 출판사에서 나온 책만 읽어도 충분하지만, 좀 더 깊게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오른쪽의 책들을 구입하면서 읽어나가면 도움이 될 것이다.

 

여담이지만 가스통 바슐라르만큼 현대 철학에 큰 족적을 남긴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고 본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이 바슐라르를 많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라캉이나 라캉이나.. 라캉이나... 이런 사람들보다도 더 많이 알려지기를 바란다.

 

 

 

 

 

 

 

 

 

 

 

 

 

 

 

이 책은 아주 뛰어난 책이다. 더 뭐라고 할 말이 없다. 물론 개인적인 경험을 일반화시켰다, 라는 미셸 옹프레의 프로이트에 대한 비판을 그대로 적용할 수도 있으나, 그런 비판은 놓아두고서라도 이 책은 한번 읽어볼 가치가 있다. 적어도 프로이트와 종교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 에 대하여 이만큼 뛰어난 통찰을 가지고 있는 책은 찾아보기 드물것이다.

 

 

이정도 읽어보았다면 이제 미셸 옹프레, 의 우상의 추락, 을 읽어볼 준비가 된 것 같다. 우상의 추락, 이 이렇게 많은 책들을 읽어야만 접할 수 있는 책인가? 그렇지는 않다. 내가 이렇게 참고도서들을 목록화한 것은 저 책은 앞서도 말하였지만 반쪽자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쪽자리라고 해서 그 안에 담긴 정보가 무가치하다는 뜻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왕이면 제대로 확인해보자는 의미에서 이런 책들로 배경지식을 쌓는게 좋으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프로이트를 옹호하는 입장과, 프로이트를 반대하는 입장의 한가운데에 서서 스스로의 거취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추가 : 나는 솔직히 저 미셸 옹프레, 의 우상의 추락, 의 번역에 대하여 의문점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하나만 지적하겠다. 책의 688페이지를 보면 이런 문장이 있다.

 

여기서 짧게 돌직구로 다시 질문을 해보겠다.

 

이 부분의 프랑스어 원문이 궁금하다. 이 부분은 직설적으로, 와 같은 말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번역자가 돌직구, 라는 단어가 어울린다고 판단한 것인가? 돌직구, 는 인터넷 은어다. 돌직구녀, 돌직구 질문을 하다, 등으로 많이 퍼지긴 하였었지만, 그 근본을 따지자면 야구에서 제대로 치지 못할 정도로 강하게 던지는 직구, 에서 파생되어서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어 나온 단어로 기억을 하고 있다. 인터넷 은어를 번역물에 쓰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이 부분은 나의 편견에 가깝긴 하다. 그러나 나로서는 사실 당황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아니면 정말 프랑스어 원문도 DOL ZIK KU라고 적혀있었던 것일까? 한류의 영향을 받아 미셸 옹프레가 우리나라의 인터넷 은어를 알게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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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13-11-17 00:54   좋아요 0 | URL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언제 저런 책을 다 봤을까 입니다 이렇게 다른 책을 봤기에 <우상의 추락>이 어떻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책을 보기 전에 그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으면 그 책을 좀 더 잘 볼 수 있겠습니다 가스통 바슐라르 관심 가져보고 싶군요

DOL ZIK KU라고 쓰여 있지 않았을 거예요^^


희선

가연 2013-11-17 19:59   좋아요 0 | URL
애인이 없기 때문에... (응?) 혹시 무한도전 보시나요, 풋, 무한도전에서 노홍철씨가 한강에 뛰어들면서 자신은 처도 자식도 없다고 부르짖던 장면이 계속 떠오르네요ㅋㅋㅋㅋㅋ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