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까, 안 쓸까 고민하다가.. 평가단 일정이 많이 늦어져서

그냥 멋대로 잡문 몇 자 끄적거려본다.

사실 개인적인 이야기는 다른 곳에다가 끄적거리거나 아예 안적는 편이라..

아마 여기서 쓰게 될 글은 모두 책에 관한 이야기들만 적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이곳에 온 것이기두 하고..

 

엊그제 신년을 맞아서 서점에[..] 갔는데 눈길을 끄는 책 몇 권과 읽고 있는 책 몇 권.

 

 

 

 

다윈의 식탁.

나온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좋은 책이다.

인기를 제법 끌고 있는 '나꼼수' 식으로 이 책을 평하자면

굴드의 깔때기와 도킨스의 이빨까기[...] 그리고 서로를 향한 디스질.

서로에게 그레이트 빅엿을 먹이기 위한 이빨은 계속된다

...랄까..

책의 구성은 사실 심플하다. 해밀튼이라는 학자의 장례식에 모인 수많은 다윈의 후예들이 굴드의 편과 도킨스의 편으로 나뉘어서 이왕 모인김에 우리 한번 토론(을 빙자한 디스질)을 해봅시다, 라는 거다.

장대익은 저 토론장에서 서기 역할을 맡아서 기록을 남겼구..

다만 머릿말 부분, 장대익의 다른 석학들에 대한 칭찬은 나처럼 배배꼬인 사람에게는 역효과.. 나는 손발이 오그라들뻔했다구...

그러니깐 배배꼬인사람은 머릿말은 보지말구 바로 식탁에 앉기를.

 

 

 

통섭의 식탁.

 

앞에는 다윈의 식탁, 뒤에는 통섭의 식탁.. 장대익과 최재천이 사제관계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참 묘한 제목이다... 너무 먹는 것 밝히는 것 아닌가? 이건 반농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 농담은 아니다. 최재천은 야심차게 통섭이라는 이름으로 인문과 자연과학을 섞어서 요리해서 독자들에게 보이겠다고 이 책에서 밝히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적어도 이 책에서는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자연과학자가 인문학 책을 권하면 그것이 통섭인가? 최재천 교수는 여기에 대해서 답을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일반적인 독서일기를 생각한다면 읽을만 하다. 가끔씩 최재천 자신의 책을 추천도서로 넣어주는 센스는 애교. 너무 많이 먹으면 체한다.

 

 

 

난설헌.

추천하는 책이다.

옛날에 초등학교때 곤봉체조를 하는데 그 가사가 꼭 '허~ 난설헌' 이라고 하는 것 처럼 들린 적이 있었다. 아니 뭐, 그렇다구. 사실 내가 초등학교때 허난설헌이라는 이름을 알았다고 자랑하는 거다. 이런, 죄송합니다. 그러나 사실 그 초등학교때 알고 있던 허난설헌에 대한 지식이나 거의 지금까지 알고 있던 허난설헌에 대한 지식이나 크게 차이가 없었다. 허균의 누이이자 여성으로서는 뛰어난 문재를 지니고 있었다, 라는 것 정도가 내가 알던 것의 전부. 그러나 이 책은 그런 허난설헌의 일생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다. 말하자면 정말 교과서적인 작법을 그대로 따라한 소설이랄까. 뒤의 다른 소설가들의 추천사가 전혀 무색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놀란 것은 이 책의 저자의 나이.. 나이는 직접 찾아보시라...

 

 

 

신의 궤도.

음.. 내가 SF문학에는 사실 별로 조예가 깊지 않다...

다른 것에는 조예가 깊냐면 그저 머리를 긁적거릴수밖에 없지만

뭐 예전엔 과학기술 창작문예에 당선된 글과 그림을 읽기는 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사라졌으니.. 게다가 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SF라면 역시나 아이작 아시모프[..] 정도 밖에 몰랐고(물론 이건 과장법이다. 난 아서 클라크도 안다) 우리나라의 SF작가로는 복거일과 듀나 정도만 알고 있었지. 그런데 이번에 배명훈이라는 작가를 추가해야겠다.

 

그리고 거기까지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하루키횽의 책은 거의 다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극성 하루키빠인 나에게는, 이 책이 나오자마자 서점으로 달려갔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그런데 높이 나는 새는 추락할 때 큰 소리를 낸댔던가, 아이쿠야!! 아이쿠야 내 어깨야!!!!!

 

뭐, 나처럼 극렬 극성 하루키빠라면 중간의 수상소감따위 근성으로 읽어줄 수 있다. 뭐, 나처럼 극렬 극성 하루키빠라면 뒤의 짤막한 단편소설들도 애정을 가지고 눈에 하트를 그리며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나는 일본 소설가 중에는 하루키가 좋다.

하지만 하루키빠가 아닌 사람들을 위하여, 제 점수는요, 3.5점/5점.

 

 

 

 

Sixty nine.

사실 여기다가 이렇게 끄적거리는 최근에 읽은 책들과 옛날에 읽은 책들이 섞여있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끄적거리는 거다.

그러니깐 내맘대로지.

그러니깐 내맘대로 Sixty nine을 넣겠다.

여기서 이 육십구는 1969년을 가리킨다. 절대 남사스러운 69가 아니다.. 하지만 무라카미 류라면 그 남사스러운 69를 노리고 제목을 지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남자다.

 

1969년의 고등학생의 이야기이다.
이 책을 여기다가 끄적거리는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이다.

정말 재미있다.. 삶에 지치고 힘들면 한 번 읽어보시라.

 

 

 

 

2천년 식물 탐구의 역사.

이건 그냥 강추.

사실 나도 아직 덜읽었지만, 저자의 종횡무진하는 지적 탐구의 여정에 같이 따라가는 게 정말 쏠쏠하고 재미있다. 안의 삽화는 특히 아련한 기분을 낼 때 매우 좋다. 꼭 역사 여행을 하는 느낌을 준다, 아니 역사 여행이 맞구나.. 제목부터가 역사일테니... 다만 등장인물들이 많이 나와서 약간 헷갈릴 수도 있지만 뭐, 어떤가, 그럴때는 눈 한쪽을 감고 읽으면 된다. 아니면 사실 삽화만 봐도 좋지 않을까..

그러고보면 내가 대학교를 다닐때 생물학과 교수가 중요한 것은 그림이라고, 글을 읽는 것보다 그림을 서너개 눈에 바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읽으면서 자꾸 그 생각이 나서 킥킥거렸다. 다만 한가지 말해두고 싶은 것이 있다면.. 옛날 사람들 중에도 그림을 못그리는 사람이 있었구나, 동지여, 만세! (예전에 꽃을 찍기 위해서 사진기를 들고 전국을 돌아다녔는데.. 내가 본 꽃과는 너무나 다른 그림이 있어서 놀랐다)

 

 

슬픈 열대.

억지로 마음을 다잡고 읽기는 다 읽었는데, 뭐랄까, 레비 스트로스는 글을 정말 잘 쓰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글은 참 잘 쓴다.

 

...

 

하지만 앞의 원주민들의 사진과 뒤의 여행기를 맞춰가면서 읽는다면 시간 때우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려는 사람에게 한 마디.

 

'카두베오, 므바야 족의 신화 부분은 꼭 읽어볼 것'

 

 

 

 러셀의 서양철학사.

이 책도 매우 비싸지만 위의 2천년 식물탐구의 역사, 와 마찬가지로 있으면 매우 괜찮은 책이다. 나는 추천한다. 연말 선물로 도서상품권이나 문화상품권을 받아서 사면 좋을 책이다. 이런 류의 책을 읽을 때는 마음을 비우고 천천히 명상하듯이[..] 읽어가면 괜찮다. 그런데 이 책이 이런 류의 책과 차별되는 점이 있다면 저자가 '버트런드 러셀' 이라는 거겠지. 러셀은 위의 레비 스트로스와 다른 의미로 정말 글을 잘 쓴다. 그냥 읽기만 하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온다. 왜 러셀이 만든 학교가 망했는지 잘 이해가 안갈 정도다.(뭐, 사실 러셀의 비콘힐 학교는 실험적인 성격이 강했지만) 요즘 종종 읽고 있는 책들 중 하나.

 

 

 

 

 

 

 

으아... 너무 길다...

또 새해가 밝았다... 그런데 사실 이번 새해는 특히나 별로 감흥이 없다.

집에서 만화와 게임을 열심히 해서 그런가...

이번 주는 그래도 여유가 있는 편이라서 웬만하면 평가단 책이 이번에 배송되면 좋겠는데

다들 바쁜 모양이다.

 

다음에 또 이런 걸 쓴다면 판타지와 무협같은 장르 소설에 대해서 끄적거려볼까...

나는 거의 전방위 도서가[...독서가가 아니다]라서 판타지면 판타지, 무협이면 무협,

라이트 노벨이면 라이트 노벨, 잡지, 소설, 인문, 과학.. 등 잡히면 다 읽는 편이라...

특히 초기 장르 문학에 대해서는 매우 조예가 깊다, 푸하하.

저렇게 써두니깐 뭔가 있어보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가즈나이트, 드래곤 라자를 많이 읽었다는 말이다.

생각없이 읽기에는 판타지 소설이 괜찮다.

진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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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13-09-27 01:49   좋아요 0 | URL
이것보다 앞에 있는 글에 '2천년 식물 탐구의 역사'가 있어서 읽어봤습니다 처음에는 재미있었는데 갈수록 사람들이 늘어나서... 얼마 전에는 다른 책을 보다가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을 떠올렸습니다 그 책에 실린 글 가운데 잡문집에 실린 것도 있는 것 같더군요

무라카미 류의 Sixty nine은 예전에 사두고 오랫동안 그냥 두었다가 어느 날 읽었는데 재미있더군요(지금은 거의 잊어버렸습니다) 무라카미 류의 다른 책은 별로였지만... 다른 것도 조금 읽어봤는데,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는 못 읽어봤습니다 지금은 아주 멀어졌군요 본래 친하지도 않았군요 어쩌면 지금은 다를지도...

난설헌은 읽어봤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는데... 지나간 역사가 바뀌지 않는 것처럼 소설도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그래도 소설은 역사보다는 자유로운 편이죠 하지만 이런 소설은 역사를 바꿀 수 없는 게 아쉽습니다 그래도 아주 다르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겠군요

러셀의 서양철학사는 마음을 비우고 천천히 명상하듯이 읽으면 좋군요 관심이 조금 가는데 이 책은 제가 다니는 도서관이 아닌 곳에 있어서... 그리고 2천년 식물 탐구의 역사와는 다르게 책장이 넘어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올지 안 올지...


희선

가연 2013-10-03 21:08   좋아요 0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정말 좋은 책이었습니다. 저도 무라카미 하루키랑은 정말 친한데 무라카미 류와는 그다지 친하지 않네요.

지나간 역사는 바뀌지 않지만, 해석은 시대가 지나며 매순간 바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