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했던 하루였다. 시시각각 변하는 도시의 분위기처럼 뭐 하나에 진득하니 관심을 쏟을 수 없을 정도로 콩 튀듯 팥 튀듯 했다. 바쁜 일을 얼추 마무리짓고 나니 커피 생각이 간절했다. 몸도 마음도 각성이 필요한 것이다.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안희정 충남지사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기사로 온통 도배가 된 듯했다. 대권 경쟁을 했던 거물 정치인으로 잘 알려진 그였기에 국민들의 관심도 그만큼 뜨거웠으리라. 겉으로 보여지던 반듯한 이미지 이면에 감추었던 자신의 추한 모습을 온 세상에 낱낱이 보여줌으로써 그의 정치생명 또한 종말을 고한 셈이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인간의 됨됨이는 결국 곤경에 처했을 때보다는 부와 권력을 손에 쥐었을 때 더 잘 드러나는 법, 그도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것은 진보와 보수와 같은 정치적 이념으로 지켜질 문제가 아니다. 미성숙한 인간에게 주어진 권력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우리는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도 똑똑히 보아오지 않았던가. 자연인이 된 그는 이제 실추된 명예와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겠지만 그보다는 먼저 남은 인생을 어찌 살 것인지 찬찬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동장군의 기세가 누그러지고 님과 북의 대화 분위기도 무르익는데 대한민국의 폐습은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 걸 보면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한 듯하다. 사람이 자신의 욕구를 절제하지 못하고 오직 본능으로만 살아간다면 개 돼지와 무엇이 다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