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추운 날씨였어요. 그렇지 않나요? 이렇게 추운 날은 왠지 수다를 떨고 싶어집니다. 주제는 딱히 상관없어요. 그저 말이 하고 싶을 뿐이죠. 모든 게 꽁꽁 얼어붙는 날씨에 혹시 입이라도 얼어붙을까 저어하는 때문일까요? 남자도 나이가 들면 여성호르몬의 일종인 에스트로겐이 분비되어 감성적으로 변한다고들 하는데 저도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모처럼 새벽 산행을 했더니 몸은 가뿐하고 오후가 지난 지금도 컨디션이 좋습니다. 코끝이 찡한 추위였지만 산속 공기는 더없이 맑았었죠. 모두가 잠든 그 시각에는 바람도 잠에 취했는지 그저 잠잠했습니다. 미세먼지가 극성이던 며칠 동안 산행은 고사하고 외출마저 조심스러웠었죠.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 되는 게 자연의 이치인가 봅니다. 미세먼지가 사라지자 추위가 극성이니 말입니다. 온종일 바람이 불고 기온마저 뚝 떨어져 체감온도로 치자면 제가 산행을 하던 새벽 시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합니다. 맑고 화사한 겨울 햇살이 넘실대고 있지만 한 줌 온기마저 느껴지지 않네요.
사람들의 시선은 온통 호주오픈 테니스 경기에 쏠려 있었습니다. 만년 비인기 종목이었던 테니스 경기를 이렇게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본 적이 있었던가 싶습니다. 아마 없지 않았을까요? 제 기억으로는 그렇습니다. 정현 선수의 서브 하나하나에, 리턴 하나하나마다, 이어지는 스트로크에 감탄과 아쉬움의 탄성이 절로 흘러나왔습니다.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죠. 완벽한 경기였습니다. 4강이라니, 믿어지지가 않았죠. 정현 선수의 피와 땀이 만들어 낸 위대한 성과였습니다.
기욤 뮈소의 소설 <파리의 아파트>를 손에 잡았지만 좀처럼 진도는 나가지 않네요.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과의 따분하고 일상적인 대화가 아닌, 따뜻한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누군가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온종일 수다를 떨고 싶은 그런 날씨였습니다. 몹시도 추운 날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