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그럴 때가 있습니다. 하루의 시간이 무척이나 조용히 흘러가고 있는 듯한 느낌? 시계의 초침이 째깍째깍 멈춤과 움직임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소리도 없이 미끄러지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이죠. 마치 맑은 시냇물이 평지를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나의 느낌에 따라 주변을 감싸고 있는 모든 사물들도 조용히 숨을 죽인 채 지금의 고요를 감상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애쓰는 듯한 그런 무겁지 않은, 오히려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가벼움이 상존하는 그런 시간을 나는 무척이나 사랑합니다. 인생에서 그런 시간은 참으로 귀하게 찾아오는 까닭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창 동계 올림픽이 그야말로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하계 올림픽에 비해 동계 올림픽은 그닥 인기가 없다는 것은 사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인 우리 민족에게는 이번 동계 올림픽이 역대 어느 올림픽보다 더 의미가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에게는 그동안 단절되었던 만남과 대화의 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어느 의원은 남북 단일팀 구성에 반대하는 서한을 국제올림픽위원회에 보냈다고 하더군요. 그 소식을 듣고 저는 정말 놀랐습니다. 아무리 권력에 눈이 먼 정치인이라고 할지라도 민족의 안녕과 평화통일이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등한시한 채 제 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마저 분열과 적대 감정을 고조시키려 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게 과연 한 인간으로서 할 짓인가 의심이 들기도 했고 말이죠.
그들의 속내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해방 이후 지난 반세기 동안 그들은 이념 대결과 안보 팔이로 자신들의 권력을 다져왔고, 그 바탕 위에서 자신들의 부정과 축재가 숨겨져왔던 것이니까요. 남과 북의 평화는 그들이 누려왔던 권력의 맛과 향수를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남과 북의 평화를 저지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하겠지요. 그들이 저질렀던 부정과 부패의 죄악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는 것도 두려울 테고 말입니다. 어떻게든 그들은 안보 팔이로 재미를 보았던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고 싶을 것입니다.
단언하건대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하는 순간 자유당은 제1야당으로서의 지위를 잃고 소멸하거나 군소정당으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자신들을 선전할 더 이상의 수단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그것이 두려운 것이지요. 그러나 역사의 흐름은, 오늘처럼 고요히 흐르는 시간은 침묵 속에서 많은 것을 바꿔놓게 마련이지요. 한치 앞의 미래를 바라보지 못하는 게 인간인가 봅니다. 조용한 휴일 오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