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 스토리 - 어떻게 가난한 세 청년은 세계 최고의 기업들을 무너뜨렸나?
레이 갤러거 지음, 유정식 옮김 / 다산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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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거나 사회 생활 경험이 10년 이내로 그리 길지 않은 2,30대의 젊은이들을 보면 베이비붐 세대의 전통적인 가치관과는 확연히 다르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일제 식민지와 한국전쟁을 경험한 이전 세대의 궁핍한 삶을 보고 자란 베이비붐 세대만 하더라도 맹목적인 근검 절약이 몸에 배어 있는 것은 물론 어느 정도 돈이 모이면 구매 1순위는 단연 집이 되곤 했다. 그러다 보니 해외여행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고 국내여행이라고 해봐야 여름 휴가철의 바캉스나 명절에 찾는 귀성여행이 다였지 싶다. 그들 대부분이 큰 돈을 벌겠다는 욕심은 딱히 없었지만 제자식만큼은 어떻게든 고생을 면하게 하고 싶은 게 공통된 욕심이라면 욕심이었다. 그러자니 자신들의 삶은 그저 허깨비에 지나지 않았고 자식들에게는 지나칠 정도로 헌신적이었다.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를 잇는 요즘 젊은이들의 가치관이나 철학은 상전벽해라고 해도 될 만큼 너무나 크게 달라져 있다. 삶의 우선순위가 가족이나 자식이 아닌, 자신에게 집중되는 것 또한 달라진 가치관의 반영이며 근검절약을 통한 미래의 행복을 추구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 바로 앞의 현재를 즐기는 것 또한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정점에 선 것이 여행이 아닐까 싶다. 명절 연휴마다 북새통을 이루는 공항, 발 디딜 곳을 찾기 힘든 여름의 해수욕장 등은 단순히 자신의 삶을 대하는 가치관의 변화일 뿐 그것이 좋다 나쁘다 평가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미국의 종합 경제지 <포춘>의 부편집장이기도 한 레이 갤러거의 최신작 <에어비앤비 스토리>는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하며 읽는다면 꽤나 흥미로운 책이다. 세 명의 가난한 청년이 집세를 마련하기 위해 '에어비앤비'를 창업한 뒤 험난한 과정을 거쳐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세밀하게 그린 이 책은 마치 한 편의 기업 드라마처럼 읽힌다. 흥미로운 점은 공동 창업자인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가 디자인 스쿨 출신의 디자이너라는 점이다. 물론 그들 곁에는 블레차르지크와 같은 유능한 엔지니어가 있었지만 말이다.

 

"에어비앤비의 형성과 성장 과정은 마치 한 시대를 대표하는 기업가를 소재로 쓴 대하소설과도 같다. 세 창업자들이 회사를 일으키기 위해 맞서야 했던 도전들, 그들이 구축한 제품과 문화, 그리고 세계 최고의 숙박 기업으로 신속하게 변모해간 일련의 과정들은 에어비앤비의 놀라운 민첩성과 적응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p.117)

 

에어비앤비의 성공 이면에는 시대적 여건이 잘 맞았다는 것도 있다. 한마디로 운이 좋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들이 자신들의 노력을 통하여 그들 앞에 펼쳐진 행운을 부여잡지 못했더라면 행운은 그저 그들 곁을 바람처럼 스쳐갔을지도 모른다. 전 세계를 강타한 세계적 불황으로 여행객들은 이전보다 더 저렴한 비용의 숙소를 원하게 되었고, 도전과 모험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은 에어비앤비의 가치를 드높이는 데 행운처럼 작용했던 시대적 상황이었다. 에어비앤비는 불황기에 소득이 늘지 않아 고민하는 호스트들에게 소득 증가의 기회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을 계속하고 싶어하는 게스트들에게는 저렴한 비용에 더하여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에어비앤비는 호스트와 게스트 쌍방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수수료를 받는 구조이지만 '어디에서나 우리 집처럼 느낄 수 잇는 변화의 여정'을 완성함으로써 숨겨져 있던 수요를 창출한 셈이다.

 

"전통적인 사업은 창업자들에게 다른 강점을 요구합니다. 또 네트워크 회사나 게임 회사라면 담대한 마음가짐이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마켓플레이스 창업자가 가져야 할 강점들 중 최우선은 독창적으로 사고하고, 기꺼이 논쟁에 발을 담그려는 당돌함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에어비앤비의 창업 스토리에 모두 녹아 있습니다." (p.99 투자자 리드 호프만(Reid hoffman)의 말)

                     (캘리포니아 앱토스에 있는 인기 숙소 - 머쉬룸 돔)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게스트들의 인기 숙소인 위의 사진이나 애틀란타의 트리 하우스를 보면 쌍방향 소통을 통한 새로운 수요의 창출을 여실히 실감하게 된다. 여행객의 피로를 풀어주는 단순한 숙박개념에서 벗어나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신기한 숙소를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사람들을 이끌기 때문이다. 이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인 '공유경제' 카테고리에서 에어비앤비가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정말 평범하고 가난한 세 명의 학생들이었습니다. 다만 우리에게는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직감과 그것을 만들어낼 만한 무모한 용기가 있었습니다." (p.259 브라이언 체스키의 말)

 

장맛비가 내리고 있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이면 습관처럼 부침개 생각이 난다. 우리와 문화가 다른 나라의 사람들은 또 다르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세계는 언젠가 국경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통합되는 날이 결국 오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비록 보호무역으로의 회귀와 같은 일시적인 퇴행을 보이기는 하지만 세계사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에어비앤비의 사례는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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