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통 끝날 것 같지 않던 일이 어느 날 갑자기, 그것도 무참할 정도로 허무하게 끝이 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대통령의 비리가 본격적으로 언론에 보도된 지 근 한 달이 지나고 있는 요즘, 사람들은 다들 이 혼란이 언제 끝날지 가늠을 할 수 없다고들 말합니다. 1년 이상 남은 내년 대선때까지 지금과 같은 상태가 쭉 이어질 것 같아서 하는 말이지요. 대통령이라는 대체불가의 자리가 비어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전체가 방향성을 잃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걱정을 아니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물러나기 싫다는 대통령을 강제로 끌어내릴 수 있는 방법 또한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어서 이를 지켜보는 야당이나 국민들 역시 답답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모 프리미엄 병원에서 Sunsiri 아줌마뿐만 아니라 그녀의 일가족, 그리고 힘깨나 쓴다 하는 주요 인사들까지 모두 특혜성 처방을 받은 모양이더군요. 대통령 또한 예외는 아니었던가 봅니다.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부터 회원권도 없이 드나들었던 것은 물론 당선된 이후에도 대리처방을 받거나 직접 방문하여 병원의 시설을 이용했다지요. 나이가 많았던 전직 비서실장도 그렇구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신분 노출을 꺼렸던 대통령은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다지요? 나는 이 얘기를 듣고 순간적으로 영어 단어 '크라임'(crime : 범죄)이 혹시 '길라임'에서 온 게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더랬습니다. 병원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길라임'으로, 몇 번 반복되면서 이게 혹시 국민들에게 알려지면 큰일이 나지 않을까 싶어 '클라임'('클날 것임'의 줄임말)으로, 이것이 다시 'ㄹ'음이 탈락하는 음운탈락 현상에 의해 '크라임'으로 변한 게 아닌가 하고 말이지요. 세상 참 요지경입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혼돈의 상황이, 언제 끝날지 기약없는 이 상황이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을 바꿔먹은 대통령의 '오늘부로 대통령직을 내려놓겠습니다.' 하는 하야성명과 함께 허무하게 끝이 날지 누가 알겠습니까.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부터 전국민이 함께 하는 100일간의 새벽기도회라도 가져야 할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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