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손쉽게 어두워지는 걸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혹시 비가 올지도 모르겠는걸' 생각했었다. 일기예보에는 분명 비가 온다는 내용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적어도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에 들었던 일기예보에서는. 그러나 기상청 예보와는 다르게 비가 내린다 한들 사람들은 대개 그러려니 이해하거나 "웬 비람" 한마디 내뱉고는 가던 길을 묵묵히 걸어 갈 게 틀림없었다. 일상에서 그런 일쯤이야 밥 먹듯 흔한 일이고 주변에는 우리가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에.

 

세상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여간 간단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세상은 개인의 욕심을 동력으로 쉼 없이 굴러가는 것이기에. 다만 허공에는 보이지 않는 전파가 무수히 많은 것처럼 세상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개인의 욕심이 복잡하게 얽혀있을 뿐이다. 개개인의 욕심이 향하는 과녁은 각자 다르고 그 강도 또한 천차만별이겠지만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일순간 제 욕심을 내려놓는다면 동력을 잃은 세상은 그야말로 적막강산으로 변하지나 않을까 몰라.

 

요즘 대한민국 전체를 떠들석하게 만드는 핫이슈를 꼽으라면 단연 최모 여인과 그녀의 딸 정모 양, 그리고 그들과 연관된 주변의 인물들일 것이다. 연일 새로운 뉴스들이 쏟아지는 통에 그들의 재력과 권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도 없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현 정권의 실세와 손을 잡지 않고는 그런 일들을 감히 실행에 옮기지 못했을 거라는 사실이다. 그건 아마도 세 살배기 어린애도 능히 짐작할 만한 일인데 관련된 사람들은 하나같이 아니라고 잡아떼기만 하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최근에 만났던 사람들 중 대화의 중간에 그 뉴스를 꺼내지 않았던 사람들을 보지 못했으니 그들이 과연 '난 놈'이거나 '난 X'이 아닐 수 없다. 그 바람에 콘크리트 지지율이라고 하던 대통령의 지지율도 허무하게 깨져 25%까지 곤두박질 친 걸 보면 집권 여당의 미래도 암울하다 하겠다. 그런데 문제는 이와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여러 권력층들, 예컨대 검찰이나 언론 등이 갑자기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현 정권의 다음을 기약하지 못한다면 권력에 동조하거나 그에 기대어 갖은 짓을 일삼았던 그들 또한 안위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아닌 송모 씨의 회고록을 크게 부풀려서 연일 떠드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검찰이 야당 국회의원들을 무더기로 기소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러나 모든 별들도 소멸하기 직전에 밝게 빛나는 것처럼 정부 여당과 그 추종자들도 마지막 불꽃을 피우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결국 그들의 욕심이 향하는 곳은 명계의 어느 곳일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