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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물리학 -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지적 교양을 위한 물리학 입문서
렛 얼레인 지음, 정훈직 옮김, 이기진 감수 / 북라이프 / 2016년 4월
평점 :
세상을 살다 보면 자신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어떤 것들과 종종 마주치게 된다. 대개는 아주 작고 가벼워서 먼지를 털어내듯 툭툭 털어버릴 수 있는 것들이지만, 가끔은 인생 전체에 영향을 줄 만큼 크고 중대한 문제를 만날 때도 있다. 그럴라치면 나는 '이건 좀 어렵겠는걸.' 하면서 쿨하게 포기하거나, 며칠 밤을 새면서 끙끙 속앓이로 몸만 축내다가 결국엔 '나에게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는데...' 하는 말과 함께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이번에는 반드시 내 손으로 해결하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이며 열공모드에 돌입하기도 한다.
비교적 가벼운 문제에기는 하지만 물리학 서적이나 수학 관련 서적은 아들의 엉뚱한 질문을 잠재울 수 있는 유용한 도구로 쓰이곤 한다. 올해 중학생이 된 아들은 그 나이대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스타워즈>나 <어벤져스>에 열광하고, 신화를 바탕으로 한 아동판타지소설로 유명한 릭 라이어던의 퍼시 잭슨 시리즈, 케인 연대기 시리즈, 매그너스 체이스 시리즈를 즐겨 읽고, 어린이 영화 시나리오 작가인 스튜어트 깁스의 책들을 좋아한다.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에 푹 빠져서 그가 쓴 모든 작품을 다 읽어치우더니 며칠 전부터는 <제3인류> 완간 기념으로 방한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해 몹시 아쉬워하고 있다.
아들의 이런 취향 덕분(?)에 나는 종종 곧바로 대답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곤 한다. 아들은 간혹 내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기상천외한 질문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비된 입장에서 아들의 질문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비판하거나 이런 저런 핑계를 대어 나의 무식을 변명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러한 나의 처지를 이해했음인지 아들은 이따금 질문을 퍼붓는 대신에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사달라 요구하기도 한다. 최근에도 나는 아들의 요구로 랜들 먼로가 쓴 <위험한 과학책>을 사주었었다.
렛 얼레인의 <괴짜 물리학>은 <위험한 과학책>의 속편쯤 되는 책이다. 미국 사우스이스턴루이지애나대학의 물리학 교수이자 '와이어드'(Wired) 최고의 과학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이 책에서 인기 게임 '앵그리버드'를 비롯해 영화 <스타워즈>, <어벤져스> 등 일상에서 발견한 갖가지 소재에 대한 물음을 물리학적 해법으로 답하고 있다. <위험한 과학책>과 다른 게 있다면 저자는 각각의 질문에 대하여 적당한 가정을 세운 후 구체적으로 계산했다는 점일 것이다.
"데스 스타의 지름이 160km라면 알데란Alderan(무장하지 않은 평화로운 행성)을 파괴하는 장면에서 광선의 속도를 대략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데스 스타에서 발사되는 광선은 두 가지로, 각각 속도가 다릅니다. 우선 데스 스타 위에 있는 엄청난 크기의 원에서 뭔가가 발사되어 나옵니다. 그리고 이것들이 합쳐지면서 하나의 거대한 빛줄기를 이루죠. 간단히 분석해보면 첫 단계에서 빛의 속도는 600km/s이고, 합쳐진 후 빛줄기의 속도는 1,000km/s가 됩니다. 두 가지 수치 모두 데스 스타만 나오는 장면을 보고 계산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다음 장면에서 그 빛줄기는 알데란을 향해서 이동합니다. 이 빛줄기가 알데란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0.2초입니다. 빛줄기의 속도가 일정하다면 알데란과 데스 스타 사이의 거리는 196km에 불과합니다. 알데란의 크기는 불확실하지만 국제우주정거장은 지구 표면에서 약 300km 떨어져 있죠. 그렇다면……." (p.162)
총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저자는 일상의 사소한 궁금증에서부터 영화나 게임에서의 궁금증, 나아가 광대한 우주의 비밀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별난 호기심에 대한 물리학적 답변을 쉽고 재미있게 제시한다. '인구가 많아지면 지구가 달을 끌어당길까?',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는 얼마나 무거울까?', '자동차를 움직이려면 비가 얼마나 내려야 할까?', '블래스터 광선은 레이저일까?', '자판을 두드려서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을까?', '번개를 이용해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을까?' 등 남들이 들으면 별 이상한 놈도 다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별별 질문들을 저자는 진지하게 답변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대답할 수 있는 문제라면 그건 상식일 뿐이지 과학이라고 말하기에는 좀...
아들과 나는 이 책을 함께 읽었다. 수학 기호나 물리 공식, 물리 용어 등 아들이 이 책을 읽기에는 다소 어려운 점이 많았으나 영화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아들은 이 책이 퍽이나 맘에 들었던 모양이다. 책을 읽는 중간에 낄낄대며 웃던 아들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