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내일처럼 오늘을 맞는다.

새벽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숲은 어둑신했고, 한 발 들여놓기도 꺼려질 정도로 음산하고 괴기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밤이 길어진 요즘 새벽 등산길은 언제나 힘이 든다. 어디서 불이라도 난 것인지 소방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저쪽 끝으로 내달렸다. 늘 잠에 목마른 회사원들의 아침잠을 방해하면서. 등산로는 낙엽으로 가득하다. 나와 같은 등산객을 놀래킬 생각이 영 없었던지 영민한 청설모가 기척을 했다.

 

낮에 점심을 먹고 근처 공원을 잠시 걸었다. 소화도 시킬겸 겸사겸사 나선 길이었다. 공원 한 귀퉁이에서 할머니 한 분이 단감을 팔고 있었다. 잘 익은 담감을 비닐 봉지에 가득씩 담아 산책로를 따라 주욱 늘어놓고는 벤치에 앉은 또 다른 할머니 몇 분과 한가로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곳을 천천히 지나치는데 행색이 초라한 할아버지 대여섯 분이 우루루 몰려와서는 다짜고짜 단감이 얼마냐고 물었다. 한 봉지에 만 원이라는 말에 할아버지 한 분 왈 "하나 사서 안주 삼아 술이나 한잔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자 같이 온 할아버지들이 너도 나도 "하나 사 봐." 하면서 부추겼다. 할 일은 없고, 주머니 사정은 어렵고, 그러면서도 뭔가 재미있는 일을 찾던 그들에게 '술'이라는 말은 듣던 중 반가운 소리가 아닐 수 없었나 보다.

 

노란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낮게 드리운 하늘.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것만 같은 우울한 날씨가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국정화 교과서를 밀어부치는 정부 여당은 마치 이것이 마치 국민과의 한판 전쟁이라도 벌이는 것인 양 연일 떠벌리고만 있다. "이거 지면 우리나라 망한다." 고 하는 놈이나 서울시 교육청의 친일인명사전 배포 계획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반대한민국적, 반교육적인 이런 결정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놈이나 다 그놈이 그놈이겠지만 이런 미친 놈들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으니 대한민국의 꼬라지가 이럴 수밖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