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물은 보는 각도에 따라 그 느낌이 조금씩 달라지는 게 사실이지만 하늘만큼 그 선명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드물 것입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모습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하늘을 바라볼 때의 자세에 따라 우리가 받는 느낌은 사뭇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걸으면서 우연히 보게 된 석양, 찬란한 일출의 풍경 등 우리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그런 특별한 하늘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매일매일 볼 수 있는 하늘, 평범하다고도 할 수 있는 그런 하늘에 대해 하는 말입니다.

 

제가 매일 아침 오르는 산의 능선에는 운동기구가 여럿 비치되어 있습니다.  저는 본격적인 산행을 하기 전에 그곳에서 간단한 체조로 몸을 풀고 윗몸 일으키기, 스트레칭, 철봉 등 가벼운 운동을 하곤 합니다.  윗몸 일으키기대는 경사진 것과 수평의 것이 나란히 붙어 있습니다.  저는 경사진 윗몸 일으키기대에서 대략 25회 정도를 하는데 위몸 일으키기대에 누워서 보게 되는 하늘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나무의 우듬지와 넓은 하늘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그때 저의 느낌은 마치 어릴 적 내 가슴에 엊혀지던 어머니의 따뜻한 손의 적당한 무게감과 그것으로부터 받았던 안온한 느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스르르 잠에 빠져들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죠.  걸으면서 쳐다보던 하늘의 느낌과는 너무도 다른 것입니다.  제 몸 전체가 하늘에 빠져들 듯한, 누군가 적당한 무게로 가슴을 누르고 있는 듯한 행복하고 충만한 느낌.  말로 표현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그런 것입니다.

 

제가 지금껏 가슴에 담아 두고 있는 하늘이 또 하나 있습니다.  호주의 사막에서 보았던 밤하늘.  그때도 역시 사막 한가운데 벌러덩 누워서 보았습니다.  온 몸 곳곳에 박힐 듯 쏟아지던 별빛과 완벽한 암흑.  저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낮에도 이따금 창유리를 통하여 하늘을 바라보곤 하지만 그런 감동을 느끼기에는 역부족입니다.  하늘은 역시 누워서 보는 게 제맛입니다.  저는 제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가끔 권하곤 합니다.  누워서 하늘을 보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