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적당히 우울합니다.

사람들은 또 적당히 분주하고

밖은 또 적당히 소란스럽습니다.

 

개벽을 하듯

새해는 또 어김 없이 찾아왔건만

잘 벼려진 대패로 민 듯 도드라진 그 무엇도 없이

일상은 그저 평온합니다.

 

어느 해 여름이었나 봅니다.

나는 아스팔트 열기가 이글대는 고속도로를 몇 시간째

달리고 있었습니다.  흐물흐물 피어나는 열기의 아지랑이 속으로

내 차는 그렇게 단조로운 직진을 계속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느 순간 '액셀러레이트를 밟으면 이대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그것은 참으로 뜬금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사람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처음'이 갖는 신선한 느낌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더랬습니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한 느낌은 그리 길지 않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우리의 일상이 '다람쥐 쳇바퀴'처럼 느껴질 때, 그 익숙함의 영속하는 재생은

어쩌면 삶의 위험 신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잠시 멈춤'이 필요한 순간은 바로 그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모든 인간은 그가 노력하는 한 방황하리라'는 말은 괴테가 한 말입니다.

삶을 지속하기 위한 방편은 그 어떤 것에도 인간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우리가 우선 해야 할 일은 아마도 '익숙함'에 가려진 '처음'을 발견고자 하는 노력일 듯 싶습니다.

그것을 찾기 위해 끝없이 방황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새해가 밝았고 벌써 사흘이나 지났습니다.

조금 더 지나면 나는 습관처럼 하루하루를 헤아리고 익숙함 속에서 영혼없는 날들을

살아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내게 '처음'이 남아있기에,

처음이라는 신선하고 설레는 것들이 남아있기에 나는 여전히 내일을 기다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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