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기적
함승훈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세상의 모든 부모는 제 자식이 잘되기를 누구보다도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일 게다.  물론 나도 그렇다.  남들보다 공부를 잘하고, 더 건강했으면 좋겠고, 장성하여 번듯한 직장에 다녔으면 좋겠고, 돈도 많이 벌었으면 좋겠고...  부모의 욕심은 한도 끝도 없다.  그런데도 우리의 부모님들은 그 모든 조건들을 '평범'이라는 범주 속에 집어넣곤 한다.  이따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을 향하여 자녀들에게 원하는 게 무엇이냐  물을라치면 "다른 욕심 없어.  그저 몸 건강하고 남들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평범하면 됐지 뭐."하신다.    어찌 보면 부모들의 기준이 높아도 한참이나 높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부모님들은 'ordinary'를 'excellent'로 잘못 알고 있는 듯하다.

 

언제부턴가 나도 제 분수도 모른 채 욕심만 많은 부모가 되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에게 내 욕심의 기대치를 심어주고 있지나 않은지...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이 책 <아빠의 기적>을 권하고 싶다.  싱글 대디로서 아들 둘을 키워낸 거창국제학교 함승훈 이사장의 이야기이다.

 

총 5부로 구성된 책의 내용은 크게 3부분으로 나눌 수 있겠다.  아내를 만나서 아이를 낳기까지의 과정과 첫사랑이었던 아내가 위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고 서른다섯 살의 유학생 신분으로 다섯 살, 세 살의 두 아들과 함께 겪었던 이야기가 처음에 소개되고, 중간 부분에서는 저자 본인만의 교육 철학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설명한다.  뒷부분에서는 두 아들 모두 올해 EU통용 의사면허를 취득할 정도로 훌륭하게 키워낸 자신의 경험과 회고가 담겨 있다.

 

이 책을 읽은 소감을 말하기 전에 나는 먼저 내 경험을 말해야겠다.  어느새 나는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지만 내가 지나왔던 학창시절의 경험이 이 책을 읽을 많은 아빠(또는 엄마)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나는 초등학교 학력의 아버지와 한글만 간신히 읽을 줄 아셨던 어머니 밑에서 여섯 남매 중 다섯째로 성장했다.  늘 술에 취해 사셨던 아버지는 경제적으로 무능했을 뿐만 아니라 걸핏하면 폭력을 행사했다.  그런 까닭에 당신의 자식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것과 동시에 학교는 이제 그만 다니고 돈을 벌어와라, 하셨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도, 중학교를 입학할 때도 장학금을 받았던 나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대학에도 진학했다.  누나들과 어머니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한민국의 최고 대학이라는 S대학에 입학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끝내 H대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가족 중에는 아무도 나의 등록금을 책임질 사람이 없었기에 당시에는 유일하게 4년제 장학생을 선발했던 H대학에 진학하는 길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힘겨웠던 지난 과거를 돌이켜 보면서 부모의 역할에 대해 종종 생각하곤 한다.  그 과정에서 나는 부모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었다.  첫째는 아이가 부모의 희생을 어떤 식으로든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과 둘째는 아이의 진로에 대하여 합리적으로 조언할 수 있는 지식을 습득하여야 한다는 것과 세째는 아이가 성장하여 성인이 되었을 때, 부모는 자신의 희생에 대하여 말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결론에 이른 데에는 나의 삶에서 아쉬웠던 점이 부각된 것일 수도 있고, 열악했던 환경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던 까닭도 있다.  아이가 부모의 희생을 체감할 수 없다면 삶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인식하여 나태하기 쉽고, 부모가 바르게 조언할 수 없다면 아이는 인생의 갈림길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방황하기 쉬우며, 부모가 자신의 희생을 내세우면 내세울수록 아이는 부모에게서 점점 멀어지게 된다.

 

이 중 단 한 가지 조건이라도 충족된다면 아이는 우리가 바라는 '평범'의 범주에 속할 가능성이 있지만(물론 충족되는 조건이 많아질수록 그 가능성은 높아진다), 만일 하나의 조건도 충족되지 않는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라면 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나의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는 이 조건을 완벽하게 소화한 사람이구나, 생각했었다.  아빠 혼자 동분서주하면서 아이들을 돌봄으로써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아빠의 희생을 체감할 수 있었고, 삶의 갈림길에서 매 순간 아빠의 조언이 있었기에 아이들은 무리없이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  다만 어른이 돼서 직장에 들어가면, 월급에서 10퍼센트씩 아빠한테 줄 것을 요구하는 점은 나의 생각과 다른 점이었다.

 

"언젠가 험한 세상에서 비바람을 맞고 쓰러져 눈물 흘리게 될 아이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그리고 아이가 고통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그려보라.  앞의 장면은 얼마나 가슴 아프고 뒤의 장면은 얼마나 장하고 대견할까.  이때 아이를 일으켜 세우는 것은 부모의 손이 아니라 아이 자신의 힘이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의 먼 미래를 위해서 아이에게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그러한 일은 바로 지식과 믿음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p.189)

 

부모로서 아이들을 돌봄에 있어 정답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아이는 분명 부모가 어떻게 교육시켰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삶을 살게 마련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교육은 지엽적이고 세부적인 기술을 말하는 게 아니다.  어떤 생각으로, 어떤 가치관과 인생관을 아이에게 심어주느냐 하는 문제는 어쩌면 아이의 인생 전반을 지배할지도 모른다.  부모는 아이에게 실로 위대한 역할을 감당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아이의 인생을 망치는 치명적인 존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