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과 그리움이 번듯하게 자리를 펴고 누울 때 우리는 비로소 시간의 경과를 실감하게 된다.

그때의 모습은 마치 기간이 만료된 세입자에게 하는 집주인의 막무가내식 어깃장을 묵묵히 듣고만 있는 상황과 흡사하다.

 

어제, 오늘은 아침 기온이 제법 낮아져서인지 운동을 나온 사람들이 조금 늘었다.

계절은 이렇게 시나브로 가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불볕 더위에서 습기가 한 겹 벗겨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선선한 바람이 이마를 스치고

이제 조금 있으면 아침 저녁으로 소슬한 바람이 불어

오슬오슬 추위를 느낄 것이다.

 

아무 것도 예정된 것은 없다.

시간 속에는 인간의 자유의지만 숨쉬고 있을 뿐.

그러나 세월이 한참이나 흐른 뒤에 되돌아 보면

우리는 이미 정해진 길을 걸어 왔음을,

모든 것이 다 이유가 있었음을

어슴프레 짐작하게 된다.

 

삶의 경이는 바로 그곳에 위치한다.

내 의지에 기대어 살아왔는데,

그때는 보이지 않던 길에 내 발자국이 찍힌 모습을 보게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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