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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순서혁명 - 소리 없는 살인자, 고혈압.고혈당.고지혈증 잡는
가지야마 시즈오, 이마이 사에코 지음, 이소영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은 가끔 엉뚱한 말이나 행동으로 나와 아내를 놀라게 하곤 한다. 그맘때의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그런 것처럼. 그럴 때마다 나도 그때는 그랬었나? 하고 뒤돌아 보게 되지만 워낙 오래 전의 일이라 딱히 떠오르는 기억은 거의 없다. 나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부모님이나 형, 누나로부터 이따금 전해 듣는 얘기로 비교하자면 나와 아들은 붕어빵처럼 닮은 구석이 많긴 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아들의 일상을 아내로부터 전해 들을 때마다 늘 새롭다. 그러나 다만 한가지, 주말부부로 떨어져 살다 보니 아들의 커가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없는 현실은 못내 아쉽기만 하다.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얼마 전, 아내는 같은 반의 엄마들 모임에 참석하였었다. 썩 내키는 자리는 아니였던 듯한데 혹시나 우리가 모르는 아들의 모습을 다른 엄마들의 입을 통하여 전해 들을 수 있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감(또는 두려움)을 안고 참석했었나 보다. 아내는 그 자리에서 생각도 하지 못했던 의외의 말을 듣게 되었다고 했다. 아내는 그 얘기를 내게 전화로 들려 주었다.
내용인즉슨 이렇다. 아들과 우연히 짝꿍이 된 여학생이 있었다. 그 여학생은 평소에 편식이 심한 아이였었나 보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아들은 어느 날 그 여학생에게 기어코 한 마디 충고 아닌 충고를 했었겠다. 그렇게 가려 먹으면 안 된다고. 그 말을 들은 여학생은 분한 마음을 간신히 눌러 참기는 했지만, 그 학생의 엄마에게는 자신의 속내를 세세히 털어놓았었나 보다. 마음 같아서는 내 아들을 한 대 쥐어박고 싶었다는 것이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자신의 부모나 선생님으로부터 그런 지적을 받았다고 해도 기분이 좋지 않았을 텐데 같은 나이의 친구로부터 들었으니...
그러나 나는 이 책 <식사 순서 혁명>을 읽고 부모로서의 책임이 무겁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이 친구의 잘못을 함부로 지적해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은 절대 아니다. 그 나이 때의 아이들이 적절한 충고의 기술을 익혔을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음식은 골고루 먹어야 한다'는 잘못된 상식을 굳게 믿고 나는 아들에게조차 그것을 고집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 때문이었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밥(빵), 반찬, 국을 가리지 말고 골고루 먹으라는 말을 들어왔다. 그래서 어른이 된 후에도 무의식적으로 그 방법을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많은 사람이 국, 반찬, 밥을 골고루 먹는 것을 당연시하고, 밥 혹은 반찬만 몰아 먹는 것을 잘못된 식습관으로 여긴다. 이런 식사 지도는 성장기 어린이의 편식 습관을 바로잡는데는 좋을지 모르나 고혈압.고혈당.고지혈증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적당하지 않다." (p.113)
이 책은 '소리없는 살인자'로 불리는 현대인의 고질병-고혈압.고혈당.고지혈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먹는 순서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비록 지금은 그 질병에 걸리지 않은 건강한 사람들도 식사 순서를 바꾸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식사 순서 요법은 일상생활 속에서 까다로운 식이요법이나 운동을 처방받은 환자들이 식단은 그대로 둔 채 단지 먹는 순서만 바꾸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볼 수 있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가지야마 내과 클리닉의 원장인 가지야마 시즈오와 오사카부립대학 지역보건학회 종합재활치료 교수로 재직 중인 이마이 사에코는 식사 순서 요법을 고안하여 환자들의 치료에 상당한 효과를 보았으며, 그 후 <식사 순서 요법>은 일본의 각 언론에 소개되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식사 순서 요법'은 먼저 채소를 먹고, 그 다음으로 단백질 반찬, 마지막으로 밥이나 빵과 같은 탄수화물을 먹는 방법을 말한다. 이것만으로도 인슐린이 제어되고, 혈당 상승과 중성지방 상승이 억제되며, 결과적으로 3고(高) 증상이 치료된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식사 순서가 왜 그렇게 중요한지, 그 실천 방법은 무엇인지, 식사 순서 요법을 통하여 건강을 되찾은 사람들의 경험담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사실 이와 같은 실용서는 현재 그 질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가 아니고서는 그 필요성을 절감하기 어렵다. 그러나 잘못된 식습관으로 인해 평생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잘못된 정보의 위력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이 좋다고 느꼈던 점은 그 방법에 있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식이요법과는 달리 매우 간단하다는 것이다. 일단 병에 걸린 사람이라면 완치가 될 때까지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적인데 대부분은 방법상의 까다로움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식사 순서 요법은 언제 어디서든 쉽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저자가 말하는 식사 순서 요법의 원칙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원칙 ① 무조건 채소부터 먹는다.
원칙 ② 채소 다음은 단백질 반찬을 먹는다.
원칙 ③ 밥은 마지막에 먹는다.
원칙 ④ 5분 이상 꼭꼭 씹으며 천천히 먹는다.
책에서는 이 식사 순서 요법과 함께 병행하면 좋을 간단한 운동과 각 음식의 효능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내가 아들에게 잘못된 상식을 주입했던 것처럼 부모의 무지는 자식의 건강과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므로 부모가 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인가 보다. 나이가 들어서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부모는 자식을 부양하는 것과 함께 자식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