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도서관 - 세계 오지에 3천 개의 도서관, 백만 권의 희망을 전한 한 사나이 이야기
존 우드 지음, 이명혜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어려서부터 수많은 위인들의 삶을 책으로 읽거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전해들으면서 자란다.  슈바이쳐, 간디, 세종대왕, 이순신 등 직업도 다양하고 삶의 양식도 달랐던 사람들의 삶을 읽고 또 읽는다.  그럼에도 무엇을 배웠는가?의 문제에 있어서는 다들 자신이 없다.  나 역시도 그 문제의 답변에는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자신이 성장한 환경이나 시대가 그들과 현저히 달랐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각자가 추구하는 욕심의 문제인 듯하다.

 

위인들의 삶을 존경하기는 하지만 자신이 그렇게 사는 것은 왠지 다 털어버릴 수 없는 께름직함이 남게 마련이다.  우리는 그렇게 교육받았고, 그렇게 살아간다.  그런 까닭에 자신의 삶을 희생하면서 타인을 위해 살았던 위인의 삶을 존경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살기는 싫은 것이다.  철저히 분리된 이중적인 가치관 속에서 우리가 존경하는 위인들의 삶이란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이 책의 저자인 존 우드도 그랬다.  마이크로소프트(MS) 호주지사장을 거쳐 중국지사장으로 발령을 받았던 그는 늘 회사일로 바빴고, 그럴수록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멀어졌다.  친구들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떠났던 히말라야-네팔 트레킹에서 우연히 둘러 본 네팔의 작은 학교는 그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려서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던 저자는 책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 학교의 텅 빈 도서관에 책을 보내주기로 약속한다.  책을 가지고 다시 와달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저자는 고령의 아버지와 함께 네팔의 작은 시골 학교를 다시 찾았고, 책을 받은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자는 이렇게 기록했다.  

 

"우리가 그 광경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을 때 선생님 한 명이 내게 다가왔다.  그는 내 손을 잡았다.  갈색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당신은 우리 아이들에게 대단한 것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답례로 드릴 것이 거의 없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목이 메었다.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세상을 변화시켰음을, 아니 최소한 그 일부를 이루었다는 감정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아이들을 위해서 오늘은 어제보다 훨씬 더 많은 기회가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p.46)

 

결국 저자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공부하는 네팔의 어린 학생들을 위해 도서관을 짓겠다는 꿈을 품는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그것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의 지위와 많은 연봉, 회사가 제공하는 고급 주택과 스톡옵션, 그리고 호주에서부터 사귀었던 여자친구와의 결별을 의미했다.  존 우드의 고민에 대해 그의 친구는 “일회용 반창고를 제거하는 두가지 방법이 있지. 천천히 고통스럽게, 또는 빠르고 고통스럽게. 너의 선택이야.”라고 조언한다.  친구의 조언을 듣고 저자는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비영리 단체인 '룸투리드(room to read)'의 CEO가 되었다.  우드는 인생에는 우선순위가 있으며, 지금은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히말라야 청소년에게 꿈을 주려면 먼저 자신이 꿈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후원금 조성을 위해 사람들을 만나고, 자선 파티를 열고, 자원봉사자를 물색하고, 네팔 현지에 직원을 고용하는 등 마이크로소프트에 있을 때보다 더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된다. 

 

"후원금을 조성할 때 가난을 이용하는 것을 되도록 피한다.  이런 영상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물론 내 생각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죄책감을 마케팅도구로 이용할 생각은 전혀 없다.  후원자들은 희망을 보고 싶어한다.  나는 가난에 찌든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신 졸업장을 받은 화사한 어린이들의 모습, 언청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활짝 웃는 소녀, 새로운 우물을 이용하게 된 농부들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나는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싶다.  우리가 흘리는 눈물은 새로 연 도서관을 본, 장학금을 받은 소녀들을 소개하는 기쁨의 눈물이고 싶다."    (p.112)

 

존 우드에 의해 설립된 '룸투리드'는 문맹률 높은 빈국에 학교, 도서관, 컴퓨터교실을 지어주고 여학생들에게 학비를 지원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교육에 대한 투자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꿀 수 있다는 자신의 생각을 실행에 옮기게 된 과정과 세상의 냉담한 시선, 혼란과 좌절, 흥분과 설렘, 실패와 성공을 진솔하게 기술하고 있다.  특히 어머니가 문맹이면 자식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므로, 가족 전체와 다음 세대에까지 교육을 전달하고 경제적 독립을 이루도록 소녀들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한다는 말은 매우 인상적이다.  도서관 2300개, 학교 200곳, 컴퓨터 교실 50곳, 장학금 수상 청소년 1700명, 책 100만 권. 이 경이로운 숫자는 한 개인의 용기 있는 도전으로 인한 결과물이다.  우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전 직원과 델 컴퓨터의 창업자인 마이클 델, 골드만삭스,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투자가 돈 리스트윈, 심지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최대 경쟁자인 넷스케이프의 마크 앤드리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과 개인을 룸투리드의 후원자로 만들었다고 한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무언가 하고 싶다면 생각만 하지 마라.  뛰어들어라.  현실적으로 모든 것을 고려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갚아야 할 대출금이 있고, 가족의 의견도 들어야 하고, 계획도 짜야 할 것 같다.  이런 걸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런 것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당신을 응원하는 사람이 매우 적을지도 모른다.  그런 것에 너무 신경을 쓰다보면 결국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    (p.246) 

 

이 책은 마치 자선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선한 사람들이 펼치는 무협지, 또는 서부활극처럼 읽힌다.  독자들은 실화가 주는 진한 감동과 함께 독자들로 하여금 이 세상은 온통 선한 사람들로 가득하다는 착각에 빠지도록 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꿈꾸는 세상, 나 자신에게만 집중되었던 삶의 방향을 내 이웃과 지구 전체로 향하게 만드는 책이다.  현재 '룸 투 리드'의 지부는 세계 각지에 퍼졌고 우리나라에도 2010년 4월에 지부가 설립되었다고 한다.  네팔에 도서관을 짓겠다는 한 사람의 꿈이 이제는 베트남, 스리랑카, 캄보디아, 인도를 거쳐 아프리카 및 세계 각국으로 향하고 있다.  한 사람의 선한 꿈이 세계를 변화시켰고, 그의 꿈은 이제 우리 세대를 넘어 미래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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