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밤산책 - 매혹적인 밤, 홀로 책의 정원을 거닐다
리듬 지음 / 라이온북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누군가에게 책의 효용을 아무리 장황하게 설명한다 한들 듣는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범위는 지극히 한정적이다. 만약 내 앞에 있는 상대방이 책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에게 비친 독서하는 나의 모습은 무척이나 따분하고, 단순하고, 고집불통의 그것으로 밖에는 이해되지 않는다. 어쩌면 그는 '세상에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깟 책에 빠져 사느냐?'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책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작정 책을 읽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그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맹목적인 행위에서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한 논리를 찾기는 어렵다. 나는 아직도 내가 왜 책을 읽는지, 왜 읽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다. 천편일률적인 독서의 효용론 중에서 '그래, 맞아. 그러니까 책을 읽어야 해.'하면서 무릎을 쳐본 적이 없다는 얘기다.

 

 

책을 읽고, 시간이 날 때면 읽었던 책의 리뷰를 블로그에 올리는 것은 단순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블로그를 한다. 이 단순하고 권태로운 일을 몇 년쯤 하다 보면 '지금 뭐 하는 짓인가?'하는 의문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대부분의 블로거들이 한두 번쯤은 경험했으리라. 그럼에도 오래된 습관처럼 자신의 블로그를 찾게 되고, 시큰둥해져 며칠쯤 거리를 두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또 궁금해지고... 마치 연애를 하는 과정과 흡사하다.

 

 

이 책 <야밥 산책>의 저자인 '리듬'(블로그 닉네임)도 그랬을까? 네이버 파워블로거인 작가는 [달콤 쌉싸름한 일상]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블로그를 방문해 보니 지금까지 5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그녀의 블로그를 방문했다. 그녀가 쓴 첫 리뷰가 궁금하여 찾아 보니 2007년 3월 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삭제하거나 수정하지 않았다면). 책의 제목은 "비프스튜 자살클럽". 리뷰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듯 보이는 짧고 간단한 글이다. 어떤 블로거도 처음에는 늘 그러하듯.

 

 

"이 책에 담은 책들 역시 나의 독서 경험 그대로를 싣고자 했다. 대부분의 책 관련 책들은 고전의 반열에 오른, 누구나 인정한 텍스트의 책을 담아냈지만 기본적으로 내 독서가 비체계적 중구난방으로 시작되었기에, 그리고 나와 같이 책 읽기를 막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쉽고 재미있는 책이 우선이기에 그저 장르 소설, 만확책이라도 그것이 내게 메시지를 던져준 책이라면 주저 없이 담았다. 블로그 이웃들의 반응도 고려했다. 많은 이웃이 좋아했던 책이라면 그만큼 더 많은 사람이 좋아할 수 있으리라." (p.8~9 '프롤로그'중에서)

 

 

<야밤산책>은 총 4개의 '산책길'로 이루어져 있다(엄밀히 말하자면 '부록'까지 5개). '산책길 하나'에서는 주로 작가 자신에게 영향을 주었던 책으로 꾸며져 있는 듯하다. [아주 보통의 어느 날]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 일상의 어느 날 운명처럼 내 손에 들어왔던 그런 책들. 김중혁의 <뭐라도 되겠지>로 시작된다. '산책길 둘'에서는 달달한 사랑 얘기가 주를 이룬다. [문득 네 생각이 나서]라는 부제가 붙은 이 장에서 작가가 고른 책들은 초콜릿처럼 달달하고 매혹적이다. 얼마 전에 읽은 한스 에리히 노삭의 <늦어도 11월에는>도 담겨 있다. 작가의 생각과 내 생각은 조금 달랐지만. '산책길 셋'에서는 꿈과 현실의 문제를 다룬 책들이다. [때로는 구불구불한 꿈]이라는 부제는 작가의 생각을 집약적으로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산책길 넷'에서는 고단한 현실과 사회 전반의 문제를 다루는 책들이다. [이왕이면 남다르게]라는 부제는 다들 그만그만하게 사는 우리의 삶에서 이왕이면 움츠러든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살아가자는 작가의 당부라고 읽혔다. 부록에는 독서에 대한 팁이 실려 있다.

 

 

내가 블로그를 한 기간은 작가만큼 길지 않다. 그러나 중구난방으로 책을 읽는다는 점은 그녀와 비슷하다. 누군가 나에게 책은 왜 읽는지, 블로그에 글은 왜 쓰는지에 대해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여전히 '모른다'이거나 '글쎄요'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블로그로 인해 책과 더 가까워졌다는 것은 말할 수 있다. 물론 그동안 내가 읽었던 책으로 인해 내 삶이 얼마나 변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수이지만 말이다.

 

 

"가끔은 시골 할머니 집에 내려가 아버지가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본다. 세로 글쓰기와 많은 한문 때문에 읽기는 힘들지만 그것을 보고 있노라면 이 책을 읽으며 꿈꿨을 소년 시절의 아버지 모습이 떠올라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나중에 내 책들을 누군가가 보면서도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끊임없이 책에 밑줄을 긋고 흔적을 남긴다." (p.353)

 

 

비록 작가는 블로거로 시작하여 한 권의 책에 자신의 생각을 담아냈지만, 나는 같은 블로거로서 그녀의 글에 댓글을 다는 기분으로 이 글을 쓴다. 그녀가 이 책에서 선정한 53권의 책을 다 읽지는 못하였다고 할지라도 이 책에 등장하는 책들 중에서 가끔 내가 읽었던 책을 만났을 때, 나의 느낌과 작가의 느낌을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거니와 작가로 인해 읽고 싶은 책의 목록이 늘어나는 것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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