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의 추리 소설가 아서 코난 도일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초등학생인 아들녀석도 요즘 그의 작품 '명탐정 셜록 홈즈'에 푹 빠져서 산다.  나 역시 그랬던 적이 있다.  그렇게 좋아하던 작가였으니 그와 연관된 책들은 보이는 족족 다 읽어치운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그때 읽었던 것 중에는 그의 일화를 담은 책이 있었다.  워낙 유명한 분이니 전해지는 일화도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중에 전보와 관련된 일화는 그의 위트와 천재성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어느 날 코난 도일은 국회의원, 사업가, 변호사,경찰 등 고위층에 있는 몇몇 친구들에게 같은 내용의 전보를 보낸다.

"이런 내용의 전보를 받으면 누구나 놀랄테지?"

그는 혼자 중얼거렸다. 그때 마침 그의 아내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여보, 혼자 뭘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어요?"

"그게 말이오. 사람들은 흔히 자기는 전혀 죄를 안 짓고 사는 것처럼 뻔뻔스럽게 행동하거든.  그래서 정말 죄를 짓지 않고 사는 지 알아보기 위해 내가 전보를 띄웠소."

그러자 아내는 "전보를 뭐라고 띄우셨는데요?"하고 물었다.

코난 도일은 아내의 질문에 자신이 썼던 전보 내용을 들려주었다.

"<탄로났으니 어서 도망가시오!> 라고 써서 평소 가장 도덕적으로 행동한다는 친구들에게 보냈다오. 결과가 너무 궁금하군" 하며 마소를 지었다.

 

다음 날 도일은 그가 전보를 보냈던 친구의 집을 차례로 방문했다.  그러나 전보를 받았던 친구는 단 한 명도 집에 남아 있지 않았다.  집에 돌아온 그는 한숨을 쉬며,

"여보, 내 친구들은 모두 죄를 지었나 봐." 하였다.

아내는 도일에게 "모두 숨고 없던가요?"하고 물었다.

그러자 도일은, "다들 어제 집을 나가서 안 들어왔다지 뭐요.  그래서 가족들에게 어디 갔냐고 물었더니 가족들도 모른다는 거야.  그 정도면 알 만하지 않겠어?" 하고 대답했다. 

 

사실 코난 도일도 권력에 욕심이 없었던 것도 아니어서 지역 의원 선거에 두 차례 출마했었다.  표를 많이 얻지 못해 두 번 다 낙선했지만 말이다.

 

요즘 박 당선인은 내각인선 작업의 고충이 이만저만한 게 아닌 모양이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총리 지명을 받았던 분도 자진 사퇴한 마당이니 누가 선뜻 나서겠는가.  그래서인지 박 당선인의 말은 더 가관이다.  인사청문 신상검증을 비공개로 하자는 것인데, 미국처럼 우리나라의 사정기관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면 물론 그렇게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신뢰도에서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는 검찰,경찰,국세청에게 신상검증을 맡긴다면 신상검증을 하지 말자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더구나 비공개로.

 

박 당선인의 고충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당선인의 측근 중에는 그동안 권력기관의 비호 아래 축재를 비롯한 갖은 불법을 저질렀던 사람들이 대부분일텐데 그들의 과거를 세탁하여 깨끗이 할 수도 없는 일이고, 권력의 감시를 받았던 인물들은 그나마 조금 깨끗하겠지만 그들 대부분이 진보적 성향의 인물들이라 코드가 맞지 않을 테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형국이니 당선인의 고민이 깊을 것이다.  도덕적으로 완전한 인물은 물론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상식선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사람마저 찾기 어려웠으니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는 게 아닌가.

 

차라리 코난 도일처럼 탄로났으니 도망가라는 전보를 띄우면 어떨까?  아니면 카톡 메시지를 날리던가.  그래도 남아 있는 사람에게 장관을 맡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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