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의 경제학 - 부의 파괴시대에 생존대책을 제시하는 세일러의 경제 전망서
세일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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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가 흔히 '과학'이라고 이름 붙여진 분야를 접할 때 잘못 생각하는 점은 모든 과학이 자연과학처럼 엄정한 질서와 필연에 의해 이루어지고, 어떠한 인위적인 요소도 개입할 수 없는 것처럼 맹신하는 데 있다.  그러나 사회과학 분야의 학문적 이론과 토대는 통계에 의존한 추정일 뿐이지 자연과학처럼 진리에 가까운 이론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게다가 어떤 이론을 인용함에 있어 자신의 논리 전개에 유리한 특정분야만 발췌하여 설득력을 얻는 경우도 허다하다.  왜냐하면 어떤 이론의 총합은 학자들의 영역이지 개인적으로 그 이론을 충분히 숙지하고 반론을 제기할 만한 역량을 습득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예컨대 같은 이론으로 무장한 두 명의 학자가 토론을 하고 있다고 하자.  그러나 그 둘의 결론은 극과 극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일반인들은 그저 황당할 뿐이다.  그리고 답답한 일이지만 누구의 논리가 맞고, 다른 한 사람의 논리는 틀렸다고 평가를 내리고 바로잡을 수도 없다.  왜냐하면 그 둘은 부분적으로 서로 옳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과학은 자신과 견해를 같이 하는, 또는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이론만을 취사선택하여 사회과학을 잘 모르는 대중에게 얼마나 많은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가의 문제이지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를 명확히 선을 그을 수 있는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러한 까닭에 어떤 토론의 장이나, 학문 서적에서 대중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는 개연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그것은 일종의 정치적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보수당이 집권하면 보수쪽 논리가, 진보당이 집권하면 진보쪽 논리가 유행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보수나 진보 어느 한 편이 집권하면 상대 진영의 이론은 철저히 무시된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진보보다는 보수당의 집권이 오래되었으므로 일반 대중에게 보수쪽의 경제 이론이 더 친숙하거나, 더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들리고 진보쪽 이론은 해괴한 괴변쯤으로 들릴 뿐이다.  그러므로 이 분야에 이론적 배경이 없는(학문적 지식이 미약하거나 아주 없는) 사람들은 진보쪽 이론을 들고 나오는 모든 사람들을 '좌빨'이니 '빨갱이'니 하고 매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어쩌겠는가.  무식하면 용감한 것을.

 

굳이 평하자면 <착각의 경제학>은 진보쪽 논리에 충실한 책이다.  다음 아고라에서 경제 논객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의 작품은 대개 보통의 이론서와는 거리가 멀다.  경제이론에 대한 지식이 일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니 전문 용어를 나열할 수도 없고, 수학적 모델을 제시하여 설명할 수도 없다.  다만 도표와 사례를 위주로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다 보니 자연히 책의 지면은 늘어나고 비례하여 책의 두께는 두꺼워질 수밖에 없다.  책을 처음 접하는 독자는 부담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내용을 들춰보면 책은 의외로 술술 읽힌다.  가끔 이론적 설명에서는 주춤거릴 수도 있겠지만, 실증적 사례를 보면서 읽는다면 '그땐 그랬지.'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다.

 

지난 해 연말에 있었던 19대 대선의 후보자들은 하나 같이 경제 민주화와 가계 부채 문제, 고용 문제와 일자리 창출을 역설하며 나름대로의 해법을 제시했었다.  박근혜 당선인도 예외는 아니어서 중산층 비율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을 했다.  그것이 지켜질 수 있을지는 더 두고 지켜볼 일이다.  지금의 대통령도 747공약을 제시했으나 하나도 지켜진 것은 없지만 말이다.  오히려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고, 지니계수는 2010년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0.446에 이른다고 한다.  더구나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여파로 중산층 규모는 계속 축소돼 왔고,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중산층은 1990년 75.4%였던 중산층이 2000년에는 71.7%로, 2011년에는 67.7%로 추락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기계적 통계일 뿐이고 실제 중산층은 이보다 훨씬 못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고 했던가?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건설·설비투자 감소, 내수부진 등의 영향으로 0.4%로 기존 전망치(0.8%)의 절반에 그치는 등 2012년도 국내총생산(GDP)이 3년래 가장 낮은 2% 성장을 기록함으로써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저성장 기조에 진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으며, 이러한 경기 침체는 부동산 시장의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및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13년에도 우리나라 수출 기업의 전망은 밝지 않다는 얘기다.  미국의 재정절벽 위기와 일본 아베 정권의 재정 확장 정책도 우리에게는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

 

'렌탈 푸어' 및 '하우스 푸어' 문제로 중산층의 위기는 이미 도를 넘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과연 대책은 없는 것인가?  저자는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의 중산층으로서는 외화예금에 가입했다가 환율이 폭등하고 그에 따라 한국채 가격이 폭락했을 때 한국채로 갈아 타는 것이 최선의 생존대책이다.  외화예금 투자를 통해 이자수익 + 외환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고, 이후 폭락한 한국채로 갈아탐으로써 이자수익 + 큰 자본이익을 얻을 수 있다.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현금자산인 외화예금과 한국채의 실질가치가 폭등하는 것은 물론이다."    (P.431) 

 

요즘 같아선 '경제는 심리다'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워낙 암울한 소식만 전해지니 흥이 날 일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돈이 있어도 마땅히 투자할 데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양극화는 날로 심해지고 그 한계를 뛰어넘을 마땅한 방법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게다가 정글과도 같은 냉혹한 현실 속에서 젊은이들이 취업문 통과하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  이 책에서는 자산 투자에 성공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대공황 및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분석 및 금융 음모론 등 경제 현실의 다양한 면을 다루고 있다.  대한민국은 분명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넋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경제 관련 서적을 두루 읽어서 현명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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