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에 대학 시절의 낡은 노트를 뒤적이다 딴에는 소설이라고 끄적거렸던 제법 긴 글을 보게 되었다.  분명 누군가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를 소설의 소재로 삼았을 텐데 이야기를 전해준 사람의 얼굴은 통 떠오르지 않는다.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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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기에서 흘러나오는 그의 목소리는 말라 있었다.

내용에 비해 턱없이 가벼운 논리.  일상에서 벗어난 말은 언제나 뽀얀 흙먼지처럼 날린다.

진주는 말없이 그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논리가 부딪힐 때마다 매번 가슴이 답답하고, 불같은 성질의 그도 어느 한계를 넘어서면 급기야 몰상식한 싸움도 마다하지 않던, 좋지 않은 기억들이 그녀를 현실에서 한발짝 떨어진 침묵의 공간으로 기어들게 만들었다. 몇 번의 체험만으로도 인간은 쉽게 굴복하고 길들여진다.  그에 비하면 일상의 가벼움은 얼마나 자유롭고 따스한가!

지친 일상만을 분주히 떠들어 대는, 청중도 없는 허공을 향해 그렇게 해야만 하는 사람처럼 되는 대로 말을 토하는, 조금은 천박해 보일 정도의, 그저 흔하게 보이는 아줌마라고, 진주 자신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그와의 대화에서는 언제나 맨밥을 먹는 사람이 쉬어빠진 김치라도 원하듯이 간절한 그 무엇을 갈망하게 했다.  중심에서 벗어난 그녀의 상념은 거실의 벽을 훑고, 부엌에 흩어진 설거지 꺼리를 더듬어 그녀의 구멍 난 양말에 와서야 끝났다.

“지금 듣고 있어?”

그의 짜증 섞인 목소리에 진주는 화들짝 정신이 들었다.

“응, 듣고 있어.”

“그런데 왜 대답이 없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면 대답 좀 해라. 아무 대꾸도 없으면 얼마나 기분 나쁜지 알아?”

그는 분명 수화기 건너편에서 얼굴을 붉히고 있을 터였다.


  진주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7년 전 어느 무더운 여름이었다.

숨이 턱까지 차는 더위 속에서 친구의 집을 찾던 그녀는 잠시 땀을 식히려 편의점에 들렀다.  서늘한 냉기에 등줄기의 땀이 잦아들 즈음 진주는 비로소 주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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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서두만 옮겼다.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되고, 제목은 무엇이었을까요?

하라는 경제학 공부는 멀리하고 나는 참 쓸 데 없는 일에만 시간을 허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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