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해야 한다는 어떤 당위성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때면 많이 지쳤다는 의미다.

삶에 그닥 신중하지도,

그렇다고 무한정 건방지지도 않은 나는

적당한 주기마다 일탈을 꿈꾸고,

싫증을 내고,

누군가 듣지 못할 낮은 소리로 육두문자를 읊조려 보기도 하고,

아주 가끔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나름대로 상상하곤 한다.

 

물론 그것도 잠시 동안이다.

나는 금세 시들해져

풀 죽은 모습으로 제자리를 찾지만

오늘처럼 더위에 지쳐

숙소로 돌아온 날

무엇인가 먹어야한다는 당위성은

소심함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아들과 아내는 지금

속초의 어느 펜션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친정식구들과의 긴긴 이야기들을 풀어 놓겠지만

이 세상 누군들 외롭지 않은 사람이 있으랴는

케케묵은 소리를 혼잣말처럼 하는 나는

무심한 더위에 괜한 시비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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