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
'내'가 '나'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야, 내가 누구인지
어떤 모습이며,
어떤 성격인지,
어떻게 살아야 나다운 것인지,
하나도 아는 게 없는데...
매일 아침 산을 오를 때마다
들르는 곳이 있다.
적어도 수령 5,60년은 되었음직한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룬 곳으로
나는 아무리 바쁜 날에도
이곳을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솔잎이 방석처럼 푹신한 곳에
자리를 잡고 한동안 앉아 있노라면
내가 아닌,
나 또한 무성한 소나무가 되어
그 자리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오늘 아침에도
그 자리에 앉아 들었던 생각이
나는 순간 순간 내가 아닌 타인으로
살아가고 있구나,하는 것이었다.
모든 순간을 오로지
'내'가 '나'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줄이야.
나는 새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