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의 일이다.
외출을 할 일이 있어 차를 몰고 한적한 이면도로의 삼거리에서 신호대기를 하고 있는데 중년 여성 두 분이 횡단보도에서 옥신각신 하는 모습이 보였다. 날씨가 더운 탓인지 차도 사람도 많지 않았다. 유난히 신호 대기 시간이 길다고 느껴질 즈음 그 중년의 여인네들 중 다소 체격이 통통한 분이 다른 한 분의 손을 강제로 잡아 끌고 신호를 무시한 채 무단횡단을 하였다. 그렇게 횡단보도를 중간쯤 건너왔을 때 억지로 끌려온 여인은 신호 대기를 하던 나를 정면으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린 채 끌려가는 반면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잡아 끌었던 분은 나를 보며 멋쩍은 듯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미안해 하며 미소를 짓는 사람에게 뚱해 있을 수도 없어서 괜찮다는 표시로 살짝 미소를 지어주었다. 날씨는 찌는 듯이 덥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길을 건너는 사람, 그리고 이를 지켜보며 차 안에서 실없이 웃고 있는 나. 묘한 언밸런스의 상황이 생각할수록 우스웠다. 길을 다 건널 때까지 마주 보고 웃을 수 없어서 나는 고개를 돌리고 혼자 웃었다.
생후 3~4개월경에는 어떤 사람을 보거나 누구에게 안기더라도 생글생글 웃는 시기가 있다고 한다. 그 시기를 '무차별 미소기'라고 부른다고 한다. 어떤 상황에서든 웃음은 사람들을 무장해제 시킨다. 그리 급한 일이 있는 듯 보이지도 않았지만 뙤약볕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것은 그들에게 결코 달가운 일이 아니었으리라. 잘못하는 줄은 알지만 약간의 일탈을 즐기며 즐거워 하던 그 여인이 하루가 지난 지금도 나를 미소짓게 한다.
미국의 시인 엘라 휠러 윌콕스는 이렇게 노래했다.
고 독
- 엘라 휠러 윌콕스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으리라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되리라
슬픈 이 세상은 환희를 빌려야 하지만
고통은 그 스스로도 충분하다
노래하라, 언덕들이 화답하리라
탄식하라, 허공으로 흩어지리라
메아리는 즐거운 소리에 울려 퍼지지만
근심스런 소리에 사라져버린다.
환희하라, 사람들이 너를 찾으리라
비통하라, 사람들이 너를 떠나리라
사람들은 너의 충만한 기쁨을 원하지만
너의 비통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기뻐하라, 너의 친구들이 많아지리라
슬퍼하라, 너의 친구들을 다 잃으리라
아무도 달콤한 와인을 거절하지 않지만
인생의 쓴맛은 너 혼자 마셔야 한다.
잔치하라, 너의 집은 사람들로 넘치리라
굶주려라, 세상이 너를 그냥 지나가리라
성공과 베품은 너의 삶을 도와주지만
아무도 너의 죽음을 도울 수 없다
길고 화려한 행렬을 맞기 위해서
즐거움의 저택 안에는 공간이 있지만
좁은 고통의 통로를 지날 때에는
우리 모두 한 사람씩 지나가야 한다.
< 천국으로 가는 시> 中에서
길에서 우연히 만났던 그 여인들은 짜증내기 쉬운 여름 한낮의 더위를 식혀주는 청량제 역할을 했다. 어쩌면 그 여인들은 제2의 '무차별 미소기'를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번의 미소만으로도 더위를 잊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오늘도 많이 웃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