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베르나르 베르베르 도서 전집을 선물로 받았다.
출판사 <열린책들>이 진행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함께 하는 가정의 달 이벤트>에서 1등으로 당첨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이벤트가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고(물론 알았더라도 기대도 하지 않았겠지만),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었기에 그 기쁨은 컸다.
나보다도 더 기뻐했던 사람은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었는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지난 주에 시험을 마쳤었지만 마지막으로 남은 아이들이 어제서야 끝났는데 어쩌면 그렇게 시험 종료일에 딱 맞춰 선물이 배달되었는지...
퇴근 후, 아이들이 모인 자리에서 박스를 개봉했을 때 쏟아져 나오는 베르나르의 책들에 아이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얼마 후면 여름방학이 이어지니 낮 동안의 무료한 시간을 어찌 보낼까 고민하고 있던 아이들에게 얼마나 반가운 선물이었을까.
그 유명한 개미(전5권), 신(전6권), 파라다이스(전2권), 카산드라의 거울(전2권), 아버지들의 아버지(전2권), 티나토노트(전2권), 천사들의 제국(전2권), 지식의 백과사전, 인간, 파피용, 나무, 만화 개미 등 스물여섯 권의 책을 책상 위에 펼쳐 놓자 아이들은 너도 나도 서로 먼저 읽겠다며 난리법석을 떨었다.
산다는 것은 이처럼 매일매일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통하여 확인 받는 일인지도 모른다.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고 나 혼자 적막한 숙소에 있었다면 이런 기쁨을 맛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무덤덤하게 지나쳤을 일도 이렇게 기쁜 일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란다. 가르치는 아이들 중에 이번 기말고사에서 전교 1등은 나오지 않았지만 고1, 고2에서 각각 한 명씩의 반 1등이 나왔다.
다른 아이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은 그 학생들에게도, 나머지 아이들에게도 그동안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조촐한 파티를 열어주었다.
치킨 몇 마리와 피자, 음료수 몇 병이 전부였지만 행복해 하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나 또한 행복했다. 누군가를 기쁘게 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야말로 내가 진정으로 살아 있음을 가슴 깊이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