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워낙 독서를 멀리하여 책을 읽히기 쉽지 않다.
하여, 비록 글재주는 없지만 내가 짬을 내어 짤막짤막한 글을 몇 편 쓴다면 아이들도 책읽기에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자신들이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의 글은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읽지 않으니 매일 만나는 나의 글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
옛날 어느 마을에 자칭 ’유능한 포졸’ 한 명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의 형은 상당한 부를 축적하여 인근 동네에서는 다들 부러워 하였습니다. 그러나 형에게도 한가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집에서 기르는 소와 돼지는 그 수가 워낙 많아 자신의 가솔들과 하인들이 1년 내내 연한 살코기만 골라 풍족히 먹고도 남는 양이었습니다. 그냥 버리기는 아깝고, 그렇다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거저 주는 것은 더욱 내키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포졸 동생이 형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형은 동생으로부터 귀가 솔깃한 말을 듣게되었습니다. 포졸 동생이 근무하는 마을에서는 자신의 집에서는 먹지 않는 내장과 뼈도 모두 먹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형은 그동안 동물의 사료로 쓰거나 들판에 버렸던 자신의 행동이 몹시 후회가 되고 배가 아팠지만 지금이나마 돈을 받고 팔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형은 기쁜 마음에 자신이 그토록 아끼던 수레에 동생을 태웠습니다. 동생도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았습니다.
포졸이 사는 마을의 북쪽에는 왈짜패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그들을 구슬러 보기도 하고, 겁도 주었지만 요지부동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동생은 늘 그 왈짜패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사실 형을 찾아간 이유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형의 사병은 인근 마을에서 적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강했습니다. 그래서 형의 말이라면 주변 마을의 촌장들도 두말 않고 들어주는 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다들 진심으로 형을 믿고 따르는 것은 아니었죠. 북쪽 왈짜패들도 겉으로는 큰소리 탕탕 치지만 내심 형의 사병을 저어하는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동생은 자신이 필요로 할 때 형이 도와주기만 한다면 더 이상 왈짜패 때문에 고민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했고, 형에게 약간의 경제적 도움을 주면 형도 언제든 자신을 나몰라라 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형으로부터 다짐도 받았고, 싼 고기도 가져오게 되었으니 마을 사람들로부터 대대적인 환영을 받게 되리라는 상상을 하며 포졸은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마을에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이게 웬일입니까? 환영은커녕 마을 입구 서낭당 마당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횃불을 밝힌 채 그의 해명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유인 즉, 형이 팔았던 소고기를 먹은 사람들이 괴질에 걸려 원인도 모른 채 죽어간다는 소문이 마을 전체에 파다하게 퍼졌기 때문이었습니다.
포졸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습니다.
졸개 포졸들을 모두 불러모았습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닥치는대로 잡아들일 것을 지시했습니다. 포졸들은 사람들을 향해 고춧가루도 뿌리고 물도 뿌리면서 마구잡이로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그 아수라장 속에서 항의하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잡아들였습니다. 옥사에는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잡아들인 사람들로 넘쳐났습니다. 그들 모두에게는 왈짜패와 내통했다는 죄목이 씌워졌습니다. 그러자 포졸에 대한 원성과 항의는 점점 거세어져만 갔습니다.
마을 사람들을 향해 분풀이를 하고 나니 포졸의 화도 어지간히 풀렸습니다.
더 이상의 분풀이는 필요치 않다고 판단한 포졸은 마을 사람들에게 사과를 했습니다. 물론 진심은 아니었습니다. 쇠고기도 팔아야 했고, 무엇보다 부하 포졸들이 지쳐있었기 때문입니다. 포졸의 형은 동생의 노력을 가상하게 생각했습니다.
계절은 벌써 봄을 지나 여름으로 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