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랫만에 아침 운동을 걸렀다.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아침.
비 오는 날의 아침 산행을 그렇게 좋아했었는데...
일본의 원전 사태 이후 비 맞는 일이 두려워졌다.
베란다에 서서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았다.
흐드러지게 피었던 목련의 자태도 비에 젖어 볼품없고, 
하릴없이 비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는 내 모습도 처량맞고...
사람의 마음이란 이다지도 변덕스럽다.
지난 주말 여의도 윤중로에서의 내 마음은 이랬었다.

벚꽃축제

못 다한 이야길랑
담에 듣지요
꽃이 좋아서요

못 걸은 길일랑
담에  걷지요
달빛이 좋아서요

우리,
못 다 찍은 사진일랑
담에 찍어요

달빛이 저리 좋은데
시간이 꽃처럼 빛나는데
찬란한 이 순간이 다시 올까요?

그래요
미쳤나봐요
철부지 아이같다
놀려도 좋아요

우연이 빚은
봄의 여백에
꽃으로 쓰는
설레임 한 줄

아,
달빛이 깊어
꽃은 저리 빛나는데...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에서>


주말을 앞둔 사무실 풍경은 번잡스럽다.
길 잃은 사람처럼 나만 홀로 무심한 봄비에 넋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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