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출근시간에 자가용 사용을 포기했다.
아직도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한 느낌이 없지는 않으나 춥다는 느낌은 갖지 않을 정도이니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회사까지  걸어서 가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붙은 것도 그 이유 중에 하나였지만 중요한 이유는 다른 데에 있었다.

언제부턴가 퇴근 후에 내가 아이들을 무료로 가르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공부를 하기 위해 나의 숙소를 찾는 아이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고, 그 아이들의 입을 통해 이 근방의 학생들에게 나의 신상 정보가 노출(?)되기에 이르렀다.  가끔은 내가 가르치는 아이의 친구를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소개를 받고, 쑥스럽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그때마다 아이들은 내가 자신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물론 학생의 부모들과 상담을 하면서 근처에 사는 어른들도 많이 알게 되었다.

소문은 소문을 낳고 빠르게 퍼지는 법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하지 않던가.
으레 그렇듯 그런 소문은 조금씩 과장과 허풍이 섞이게 마련이다.
나에 대한 소문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아주 잘 가르친다는 말과 내 성격이 친절하고 자상하며 아는 것이 많다는 말도 내가 들었던 소문의 내용 중에 허풍의 한 예이다.
내게서 배우지 않는 아이들도 나에 대한 궁금증이 컸었나보다.
때로는 수업 중간에 아무개 친구라며 전할 말이 있어 왔다는 핑계를 대고는 내 얼굴만 힐끗 쳐다보고는 달아나곤 했다.

그렇게 나는 이 근방의 아이들에게 원치도 않던 유명인이 되었다.
거리에서 낯모르는 학생이 인사를 하는 경우도 다반사이고, 동네의 작은 가게에서도 잘 모르는 어른들이 반색을 하며 아무개 선생님 아니냐며 인사를 건넨다.  때로는 담배를 사러 들렀다가도 그렇게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을 만나기라도 하면 담배 대신 계획에도 없던 과자나 음료수를 사서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전적으로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한 행동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동네에서는 행동에 몹시 조심스러워진다. 
피우던 담배를 아무 데나 함부로 버릴 수도 없고,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무단횡단을 할 수도 없다.  나도 모르는 곳에서 누군가의 눈길이 항상 나를 감시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아이들과 같이 나눠 먹으라면서 떡이며, 과자며, 음료수 등을 한아름 안겨주는 경우도 많다.  가뜩이나 빠듯한 내 용돈을 생각할 때, 나는 이런 선의를 거절하지 못한다.(가끔 양심의 가책은 느낀다.  나는 생각처럼 공짜만 밝히는 그런 사람은 절대 아니다.)

나는 오늘도 걸어서 출근을 했다.
때마침 등교하는 아이들의 인사를 받으면 나는 괜스레 우쭐해진다.
차를 타고 출근을 할 때는 전혀 들어오지 않던 풍경들도 새롭다.
자정이 되어서야 끝나는 수업의 피곤함이 비로소 사라지는 순간이다.

그렇게 나는 반경 2km  이내의 유명인으로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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