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 사무실 근처의 한 음식점에 점심을 먹으러 들렀다가 아주머니 두 분의 대화를 우연히 엿듣게 되었다.
오십대 초반의 순박해 보이는 두 분의 대화는 유난히 조용한 식당 안에서 아주 크게 들렸으니 웬만한 청력을 지니신 분들은 모두 들었지 싶다.
나는 그 두 분의 대화가 거의 끝날 무렵에 식당을 들어섰으니 앞의 내용을 짐작할 수 없지만 그 대화가 요즘 세태를 반영하는 듯해서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성님은 시방 집사이지라?"
"암만, 그라제.  지난 달에 집사 안 됐능가?  동상은 시방 뭐시당가?"
"권사여라."
"권사?  권사 된 지 얼마나 됐당가?"
"이제 한 일 년 되어가는 갑소."
"꽤 되얐구만.  권사만 돼도 괘아네."
조금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분이 갑자기 시계를 보며,
"아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당가?  그만 일어나세, 동상."

그렇게 두 사람은 대화를 끊고 자리를 떠났다.
나는 권사라는 직책이 무엇이 괜찮은지 곰곰 생각해 보았다.
천국을 가는 데 괜찮은 것인지, 아니면 이승에서 사는 데 불편함이 없다는 것인지, 그도 저도 아니면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뜻이 있는 것인지...
우리나라에 장로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순진한 서민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구나 싶었다.

얼마 전 우리나라는 최근 이슬람채권법(Sukuk)을 두고 정부와 일부 종교계가 마찰을 빚었었다. 일부 종교단체 대표들이 대통령 하야 운동까지 언급하며 이슬람채권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반대했던 것이다. 이슬람채권에 지급하는 돈이 알카에다 등 이슬람 테러단체로 흘러들어 갈 수도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 앞으로는 우리나라 금융기업이 돈을 빌리는 것도 종교를 보고 빌려와야 하는 것이다.  엉뚱한 상상일지 모르겠지만 이런 추세라면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물품에 원산지 표시와 더불어 생산자 종교 표시제가 법률로 정해지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점심을 다 먹고 계산을 하는데 지갑 속의 돈은 과연 어떤 종교를 믿는 사람이 찍어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메뉴판의 원산지 표시에 다시 한번 눈길이 갔다.
내가 먹고, 쓰고, 사용하는 모든 물품을 만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보다는 그것을 만든 사람이 믿는 종교가 우선시 되는 사회.
이러한 풍조와 세태 속에서도 아직 세계평화와 화합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그저 놀랍고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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