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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시키는 일 - 꿈과 행복을 완성시켜주는 마음의 명령 ㅣ 가슴이 시키는 일 1
김이율 지음 / 판테온하우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주말 오후에 밀어닥친 강진으로 이웃나라 일본은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로 변해버렸다.
속보로 전해지는 그 참담한 현실을 보며 자연의 위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을 실감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와의 역사적 악연을 떠나, 가족을 잃은 일본 국민의 애통한 마음이 내 가슴 한켠을 저리게 했다. 더불어 드는 생각은 '저렇게 허망하게 간 사람들은 그동안 행복했을까? 혹시 행복하지 못했다면 그리 속절없이 갈 걸 뭐하러 그렇게 아등바등 살았나?' 하는 안타까움이었다. 거대한 자연의 위력 앞에 일순간 사라질지언정 마지막까지 손에서 놓지 못할 그 무엇이 있었던 걸까?
주변을 둘러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만약에'라는 가능성에 매달려서 제 나름대로 고통과 상처를 안은 채 하루하루를 아귀다툼하듯 살아간다.
그 평범한 일상에 길들여진 모습이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가도 이런 책을 읽으면 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지곤 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일상에 매몰된 나 자신을 재차 확인하게 되고, 그 수렁에서 과감히 떨쳐 일어나 무지개를 찾아 떠나지 못하는 나의 용기없음에 실망하게 된다.
'남들은 잘들 하는데 나는...'하는 자괴감이 나른한 봄날의 오후처럼 나를 무력하게 한다.
"지금이 아니면 안되기 때문이에요. 언젠가는 해야지 수십 번 다짐하고 또 다짐하지만 늘 그 자리에요. 그리고 지금 제 가슴이 그 일을 하라고 해요. 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또 제자리가 될 것 같아요." (P.27)
남들이 그토록 부러워하는 아나운서의 자리를 버리고 자신만의 길을 선택한 전 KBS 아나운서 손미나. 저자는 그녀를 진짜 인생을 찾기 위해 자신만의 선택과 용기를 내린 자유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또 다른 선택에는 용기가 필요하듯 변화된 삶 속에서도 또 다른 일상이 계속됨을 사람들은 까맣게 잊는다. 여행지에 도착한 순간 또 다른 일상이 시작되고 있음을 인식하듯이. 그 새로운 일상을 동경하는 시간은 결정을 내리는 그 순간 이후에는 더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 신세계로의 동경이 끝나는 순간 자신에게 남겨진 것은 지독한 인내심 뿐임을 사람들은 간혹 계산에 넣지 않는다.
이 책은 유명 카피라이터인 저자가 차갑게 식은 독자 개개인의 열정을 되살리기 위해 쓴 책인 듯싶다. 미래가 보장된 의사의 길을 버리고, 신부가 되어 아프리카 오지 마을 톤즈로 떠난 '한국의 슈바이처' 이태석 신부, 아나운서라는 안정된 직업을 버리고 마음의 명령을 따라 스페인으로 떠난 손미나 前 KBS 아나운서, 휘황찬란하고 볼거리가 많은 유럽 대신 질병과 가난에 시달리는 아프리카로 가장 먼저 달려간 '바람의 딸' 한비야 씨 등등의 여러 롤 모델의 짤막한 에피소드를 제시하며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고 있다. '지금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 '지금, 당장 시작하라'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라' 총 3개의 챕터로 나뉘어있다.
이 책을 읽고 "나도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몇 분쯤은 나오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기획의도를 부정하거나 반박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의 일에 회의감도 들고, 막상 내밀지 못할 사직서를 쓰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은 전적으로 본인에게 달렸고 그 이후의 고난과 역경도 스스로 책임져야 하겠지만, 내 선택으로 촉발될 내 주변 사람들의 염려와 희생은 또 어찌할 것인가. 이렇게 말한다면 나 스스로 삶의 파고에 도전하지 못하는 비겁자임을 자인하는 꼴이고, 볼품없는 내 모습을 애써 포장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간절히 원하는 것을 하면서 평생을 살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삶이 있으랴. 그러나 용기있는 선택에는 반드시 희생과 인내가 뒤따르는 법. 결코 가벼이 결정할 일은 아니다.
나는 내가 선택한 공간의 작은 틈바구니에 오늘도 행복의 씨앗을 심는다.
그리고 그 앞에 큼지막한 푯말을 붙인다. 용.기.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