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당신이 그립습니다 - 알려지지 않은 특별한 이야기
KBS <김수환추기경이 남긴사랑> 제작팀.최기록 지음 / 지식파수꾼(경향미디어)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역설적이게도 사람은 자신의 운명으로부터 달아나려고 하기 때문에 자신의 운명대로 살아가게 된다고 한다.
내가 원하지 않는 삶을 살면서 수없이 절망하고 좌절하면서 한 고비 한 고비 넘다 보니 `아!  그렇겠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은 운명론자로 변하게 마련인가 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걷고 있다는 안도감, 그리고 자신을 받아들이는 데서 오는 마음의 평화.  인생의 후반기에 서면 삶 앞에 그만큼 겸손해진다.

설 연휴 마지막 날 고 김수환 추기경님의 사랑법에 관한 책을 읽었다.
가난한 순교자의 집에서 태어난 시골 소년.  신부가 되기 싫어 꾀병을 부리던 그 소년이 한국 최초의 추기경이 되리라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곧 있으면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2주기를 맞게 된다.  
2009년 2월 16일에 선종하셨으니 벌써 만 2년이 지난 셈이다.
추기경님을 조문하기 위해 끝없이 이어졌던 수십만의 인파.  아마 추기경님은 그 한 사람 한 사람을 향해 말씀하셨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사랑하십시오."

"참사랑은 감정적 느낌이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호감을 느끼는 것도 아닙니다.  참사랑은 상대방의 기쁨은 물론 서러움, 번민, 고통까지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그 사람의 잘못이나 단점까지 다 받아들일 줄 아는 것, 그의 마음 속 어둠까지 받아들이고 끝내는 그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것이 참사랑입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가치 기준은 그가 얼마나 가졌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이워집니다.  그리스도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으나 그 누구보다도 부유했습니다.  그것은 참사랑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참사랑은 이웃을 위해 바치는 나눔의 삶입니다.  서로 사랑하십시오." (P.43)

이 책은 KBS가 2009년 성탄특집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의 관점에서 그리고 인생의 관점에서 인간 김수환의 사랑법을 시청자에게 보여주고자 제작했던 것을 책으로 옮긴 것이다.  오랜 시간의 갈등과 방황 끝에 도달한 사제의 길, 안동성당의 주임 신부를 시작으로 추기경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당신이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한 인간의 진심어린 사랑을 그리워하고 있다.  그것은 비단 종교가 같아서도 아니요, 같은 나라의 울타리 안에 살기 때문만도 아니며 종교와 국경을 넘어 동시대에 우리와 같이 살았던 한 인간의 참사랑에 대한 감사와 고마움의 표시일 뿐이다.

"김수환 추기경님, 저 모하마드 아자즈예요.  정말 감사합니다.  제 인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겁니다.  당신은 제 생명을 구해주셨습니다.  당신의 손을 잡고 싶어요.  제 소원이에요.  한 번만이라도 당신을 뵙게 해주세요.  하느님의 축복을 빕니다." (P.210-파키스탄 노동자 모하마드 아자즈) 

종파와 신분을 떠나 가난하고 소외받는 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그들을 위해 기꺼이 어려움을 감수했으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서지 못함을 한탄하셨던 추기경님은 당신이 떠나고 난 뒤에야 이 시대의 참스승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으랴.
사람의 아름다움은 완벽해지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는 모습에서 찾을 수 있는 것, 하기에 자신을 스스로 `바보'라 칭하셨던 분. 
자신의 부족함도 깨닫지 못한 채 살아가는 진짜 바보들은 오늘도 당신을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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