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 쪽 식구들과 2박 3일의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약속이 있어 장인어른은 참석하지 못하셨지만, 장모님을 비롯해 손윗동서 두 분과 그 가족들, 아랫 동서와 가족들, 그리고 나와 아내 및 아들녀석이 모처럼 다 모였다.
설 명절 당일이라서 그런지 휴가를 즐기러 온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온천으로는 유명하지만 다른 볼거리가 없는 수안보. 숙박 시설과 음식점의 휘황한 불빛이 없다면 시골의 조용한 마을일 듯한 그곳에 도착한 것은 저녁이 다 되어서였다.
H콘도에 여장을 풀고 서둘러 저녁을 해 먹었다.
딸만 넷인 아내의 형제들은 모두 딸만 낳았고, 내 아들녀석이 유일한 사내이니 아랫동서의 딸이 태어나기 전까지는 온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 했었다.
저녁상을 물리고 이제 네 살이 된 아랫동서의 딸이 밤이 늦도록 재롱을 떨었다.
큰동서의 식구들은 다음 날 합류하겠노라 했다.
아랫동서가 설거지를 자청하였다.
어쩔 수 없이 다음 날 아침 설거지는 내가 하겠노라 약속했다.
객실 두 개를 잡은 탓에 남자들과 여자들이 나뉘어 잠을 잤다.
아들녀석은 잠자리가 바뀐 탓인지 좀체 자려 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을 먹고 약속대로 설거지를 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근처의 눈썰매장으로 향했다. 전날과는 달리 눈썰매장은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로 왁자했다.
점심을 숙소 가까운 음식점에서 해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큰동서의 식구들이 도착했다.
올해 숙명여대와 한동대학 두 곳에 합격한 큰동서의 큰딸에게 다들 축하 인사를 건넸다.
시험 부담을 털어낸 외조카의 환한 웃음이 싱그러웠다.
오후에 다시 찾은 눈썰매장에서 아들녀석은 도통 떠날 생각이 없는 듯했다.
저녁이 되자 봄 날씨 같던 기온이 제법 쌀쌀해졌다.
`조금만 더'를 연발하던 아들녀석을 간신히 달래어 숙소로 돌아왔다.
객실 하나를 더 추가하여 큰동서의 식구들이 그곳을 사용했다.
올해 네 살의 아랫동서 딸과 이제 스무 살이 된 큰동서의 딸까지 아이들은 늘어난 식구들과 웃고 떠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처제와 장모님 그리고 큰동서는 온천 사우나를 다녀왔다.
저녁을 먹자마자 아이들과 같이 눈썰매를 타느라 피곤해진 어른들은 서둘러 잠자리를 폈다.
토스트와 우유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체크아웃을 하자 벌써 정오가 넘었다.
귀경차량으로 곳곳이 정체라는 소식에 동서들 모두는 운전할 걱정이 얼굴에 가득했다.
아니나 다를까 고속도로에 오르자 차들은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집에 도착하자 나른한 피곤이 몰려왔다.
아들녀석도 피곤했는지 정신없이 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