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겨울비가 내렸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도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시험이 끝난 아이들과 작은 파티를 했다.
파티라야 퇴근길에 마트에 들려 사온 호빵과 음료수가 전부였다.
그래도 아이들은 맛있게 먹는다.
그동안 미루고 미뤘던 속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아이들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어색한 분위기.
그들에게 대화는 시시껄렁한 농담이나 욕설 등 겉도는 이야기가 전부였을 터.
처음이라는 것은 언제나 달아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나의 어린 시절을 말해 주었다.
몇 마디 질문이 오가고 아이들은 그동안 꽁꽁 숨겨왔던 이야기들을 조금씩 말한다.
가난이라는 환경은 좀체 적응하기 어려운 그 무엇이다.
아이들은 체념을 통하여 가난을 잊는다.
그것을 적응이라 말할 수 있을까?

세상과 맞서 싸울 단 하나의 무기도 없기 때문에 아이들은 체념을 선택했나보다.
그들은 내게 많은 이야기가 담긴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내가 그들에게 '희망'이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줄 수 있을까?
그들은 그렇게 믿는 듯했다.
어쩌면 그렇게 믿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두렵고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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