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학교 아이들
무사 앗사리드.이브라힘 앗사리드 지음, 임미경 옮김, 전화식 사진 / 고즈윈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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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회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은 그 사회의 고유문화를 유지, 발전시키고, 아이들이 그 사회의 일원으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배워야 할 것이 그리 많지 않았던 원시사회에서는 교육이 비교적 공평했을지는 모르지만,  현대의 교육은 그 전문성과 더불어 사회적 불평등을 조장하는 사치품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이 책의 저자인 '무사 앗사리드'의 또 다른 작품 <사막별 여행자>를 감동적으로 읽었던 나는 부푼 기대감으로 들떠 있었고, 떨리는 손으로 책을 읽었다.  처음엔 그랬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큰 탓이었을까?
나는 이내 실망하였고, 책을 다 읽었을 때는 리뷰를 남길 의욕마저 잃었다.
저자인 무사 앗사리드와 그의 동생 이브라힘이 어려운 여건에도 굴하지 않고 배움을 이어갔던 이야기는 이미 <사막별 여행자>에서 읽은 터였고, 책의 후반부에 기록된 "생텍쥐페리 사막학교"의 설립과 학생들의 이야기는 이미 전의를 상실한 나의 독서열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책의 내용이나 편집에 흠이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나의 가슴에 남아있는 <사막별 여행자>의 감동이 그만큼 강했던 까닭이다.
영화도 그렇지 않던가.  원작이 좋을수록 이어지는 2탄, 3탄의 후속작이 원작의 감동을 이어가지 못하듯이...  나는 이책을 먼저 읽고 나중에 <사막별 여행자>를 읽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정보처리 기술자인 이브라힘이 자신의 부족인 투아레그족의 아이들을 위하여 보장된 고소득을 포기하고 사막에 학교를 세우고, 아이들과 어울려 꿈을 키워가는 장면은 그나마 잔잔한 감동으로 남았다.

"밤에 아내와 아들, 딸과 나란히 앉아 하늘의 별을 바라볼 때마다 삶이란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삶에는 모든 것이 있다.  정말로 그렇다.  나는 여러 해 동안 이 학교를 위해 싸웠고, 이제 단단히 뿌리를 내렸다.  아직 허약한 부분이 있기는 해도 사랑받기에 부족함이 없을 만큼,또한 꿈의 결실이라고 하기에 충분할 만큼 학교는 활기 있고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P.93)

사막의 유목민으로 태어나 지구별의 당당한 일원으로 성장한 무사 앗사리드와 이브라힘 앗사리드.  자신들이 받은 도움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되돌려 주는 그들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넬슨 만델라와 간디를 존경하는 내가 늘 꿈꾸어 온 것은 세상을 보다 나은 것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내가 보다 나은 것으로 만들어야 할 그 세상이 내게 뚜렷한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것은 바로 내가 태어난 투아레그족 공동체, 나의 작은 사막학교이다.  내가 투아레그족의 삶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경이로운 일이다.  손에 든 벽돌 한 장을 어딘가에 쌓기 위해 지구를 돌아다닐 필요는 없다." (P.220)

퇴근 후 나의 숙소에서 공부를 하는 아이들은 저마다의 가슴에 하나씩의 상처를 갖고 있다.
때로는 상처의 칼날이 자신을 찌르고, 다른 사람들에게마저 매몰찬 흉기로 다가가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휑한 바람이 불고 있음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나는 그래서 그 아이들을 바라볼 때마다 가슴이 아리다.  저미도록 아프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지금 얼마 남지 않은 기말고사를 대비하여 각자가 부족한 과목을 자습중이다.  공부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찬 나의 숙소는 사막의 태양처럼 뜨겁다.
투아레그족 아이들도 그럴 것이다.  그들이 사막에 그리는 꿈은 어떤 모습일까?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도, 사막의 작은 학교의 아이들도 심한 모래바람에 그들의 꿈이 흩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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