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부모님을 뵙고 온 뒤로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13년째 병원에 계셨던 아버지가 최근에 퇴원을 하고 집으로 옮겨 치료를 받게 되면서 어머니의 외출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치매로 자식들 얼굴마저 알아보지 못하시는 아버지.
그 모습을 옆에서 지키셔야 하는 어머니의 부담감은 꽤나 크실 것이다.
힘들어 하시는 어머니를 모시고 이모댁에 다녀왔다.
한시도 사람이 없으면 안 되는 아버지의 곁에는 큰누나가 남아있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도 모처럼만의 외출이 싫지 않으셨는지 어머니의 표정은 내내 밝았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자식들은 다들 바쁘다는 핑계로 아버지를 모실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데 어머니는 운명이려니 하며 체념하신다. 어쩌면 가끔 들르는 요양 봉사자들이 자식보다 낫다고 여기실지 모르겠다.
이제는 어머니의 몸도 예전 같지 않다.
어머니를 다시 아버지 곁에 모셔다 드리고 헤어져 오는 길. 잊었던 편두통에 시달렸다.
오늘은 성당에서 세례를 받았다.
특별할 것도 없는 일이지만 여러 사람들이 건네는 축하 인사와 부산스러움 속에서 정신없이 세례성사를 마쳤다. 신부님과 사진을 찍고 돌아서 나올 때 다시 편두통이 왔다.
쉬고 싶었다.
비는 여전히 오락가락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