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는 보수주의자로 사세요.
이념을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대한민국에서 보수주의자는 그들이 저지른 모든 죄가 용서됩니다.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파라다이스요 유토피아입니다.
방송국에 가스통을 들고 진입해도, 군화발로 여학생을 무참히 때려 스트레스를 풀어도, 공금 횡령을 해도, 조직 폭력배를 시켜 아들의 원수를 갚아도, 세금 한 푼 안 내고 재산 상속을 해도, 주가조작을 해도, 전화 도청을 해도, 차별대우나 인권 탄압을 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경제를 살리기 위해 했다고 말하면 됩니다.  아, 잊을뻔 했군요.  휠체어를 한 대 준비해야 합니다.
혹시 법정에 가실 때는 마스크를 쓰고 휠체어를 타야 합니다.  최대한 가엾게 보여야 하는 것이죠.  혹시 더 나쁜 짓을 할 계획이 있으시더라도 걱정하지 마세요.  모든 것은 용서 됩니다. 대한민국에서는.  꽃동네 아시죠?  그곳에 천 원쯤 기부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지출한 돈이 아까우시면 단체 하나 만들면 됩니다.  국가에서 엄청난 액수의 재정지원을 해주니 염려 안 하셔도 됩니다.
대한민국에서 진보주의자로 사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를 해도, 참교육을 실천해도, 국장의 사회를 보아도, 노래를 불러도, 재밌는 말로 사람들을 웃겨도,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어도 그들은 모두 ’빨갱이’가 됩니다.
빨갱이가 정확히 뭔 뜻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분위기로 보아 나쁜 뜻을 지닌 말임은 분명합니다.  
저는 이런 까닭에 보수주의자로 살려고 하는데 그들이 받아줄 것 같지 않습니다.
위장전입이나 땅투기의 경력도, 병역면제의 혜택도 받지 못한 때문이죠.
저도 딱히 그들과 어울리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래서 마이너 보수주의자로 살려고 합니다.  그리고 형편이 되면 전동 휠체어도 한 대 주문할까 합니다.  꽤나 비싸더군요.
아, 강남에 코딱지만한 오피스텔이 있는데 위장전입도 해야겠군요.
혹시 여러분이 진보주의자라면 결혼식 사회도 서지 마세요.  기부도 하면 안 됩니다.  노래를 불러도, 코메디를 해서도 안 되죠.  특히 록음악은 더더욱 안 됩니다.
그래도 끝까지 진보주의자로 남으시겠다구요?  고집이 세시네요.
그렇다면 묵묵히 노동만 하세요.  콧노래도 흥얼거리지 마세요.  웃긴 얘기로 사람을 즐겁게 해서도, 남에게 자선을 베풀어도 안 됩니다.  일기도 쓰지 말고 트위터질도 안 됩니다.
혹시 골프를 하신다면 뇌물을 받지 않았나 해서 법정에 설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보수주의자가 된다면 법은 이제 존립 가치가 없을 것입니다.
그날이 오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