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넓으면서도 참 좁구나'라고 생각하는 하루였다.

오후에 알지 못하는 어떤 아주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내용인 즉 멀리 군산에서 올라왔다며 나를 꼭 만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를 어떻게 아느냐는 질문에 만나 뵙기 전에는 말씀드릴 수 없노라며 완강히 버티는 통에 어쩔 수 없이 약속을 하고 집을 나섰다.

잘 차려입은 30대의 여인.

남편 몰래 여유자금 2000만원으로 시작한 주식투자는 곧 바닥을 보였고, 지인들로부터 빌린 돈으로 원금을 회복하려는 욕심에(어쩌면 원금보다 더 큰 이익을 기대했을지 모르지만) 그동안 여러 경로로 알게 된 주식 전문가(소위 '고수'라 불리는)의 정보를 받아 다시 시작한 주식거래, 잠시 원금을 회복하고 남을 정도의 돈도 벌어 보았지만, 조금만 더하고 그만두자 했던 것이 빌린 돈마저 잃고 말았단다.

그러기를 두어 차례 반복하니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 자신이 갚아야 할 빚이 2억대에 육박했더란다.  자신은 미대 동양화과를 졸업했고, 학원도 운영했었으며, 남편은 선생님으로 재직중이라 했다.  돈을 갚을 여력도, 남편 볼 면목도 없어 유서를 쓰고 나왔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고, 다시 집에 들어가니 시댁에서 빚을 얻어 자신이 빌린 돈을 갚았더란다.  지금은 자신의 친정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을 거들고 있다 했다.  주식투자로 원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다면 원이 없겠다 했다.  그리고 자신이 거래하던 증권사의 직원을 통해 나의 연락처를 알게 되어 전화를 했노라고.

방법 좀 일러 달라며 매달렸다.

나는 들려줄 말이 없었다.  그녀의 입장은 일견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지만, 그리고 오죽했으면 그 먼 곳에서 예까지 찾아왔을까 동정심이 들기도 했지만, 나는 진실로 그녀에게 해줄 말이 없었다. 

  나라고 처음부터 수익만 발생했겠는가.  단지 여유자금이 많지 않았던 나는 그리 많지 않은 돈을 잃은 후, 주식 관련 서적과 챠트의 분석에 매달렸다.

주변에서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람을 소개할테니 만나서 배우면 어떻겠느냐 권했지만, 나는 처음부터 그럴 마음이 없었다.  '남의 옷은 나의 몸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내게 맞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다.  당시 시중에 출판된 주식 관련서적의 대부분을 읽었고, 새벽까지 챠트 분석에 심혈을 기울였다.  '제발 그만 자라'는 아내의 잔소리를 수도 없이 들어야 했다.  그렇게 나는 전업투자자가 되었다.

나이 들어 육체적으로 약해졌을 때 소일거리는 되겠다 싶어 시작한 주식투자가 직업으로 변한 것이다.  그동안 이런저런 곳에서 고액의 수강료를 지불하고 주식을 배웠지만 많은 금액의 손실을 보았다며, 자신을 가르쳤던 사람을 비난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자연과학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는 절대적 법칙을 찾기 어렵다.

주식시장은 더욱 그러하다.  사람들의 성격에 따라 스캘퍼,데이 트레이더, 스윙 트레이더,포지션 트레이더가 되기도 하고, 자금 규모에 따라 시장 주도자 또는 이른바 개미 투자자가 되기도 한다.  주식 투자자의 지식 정도에 따라 가치 투자자 또는 묻지마 투자자가 될 수도 있다. 그 외에도 많다.  이렇듯 다양한 변수를 지닌 투자자 개개인에게 어떤 강사가 만족스런 해답을 제시할 수 있을까.

강사의 경험과 지식을 참고하여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다면 모를까.

주식시장은 확률적 법칙이 작용할 뿐이다. 확률을 아무리 높여도 100%에는 이르지 못한다.   그러므로 그 패턴을 연구할 뿐이다.또한 주식시장이 머니게임임을 인정한다면 시장 주도자의 심리를 분석하여 그들에게 편승하면 된다(개인적으로 소위 '작전'이라 불리는 주가조작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부정할 수도 없다).  절대로 대항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성격,자금 규모, 지식의 정도, 거래 환경 등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는 최근에 오프 라인의 삶을 지향하며 10여 년을 몸담았던 주식시장을 떠났지만, 남아있는 그들에게는 오직 자신의 방법만이 그들을 지켜줄 것이라 믿는다. 

그녀와 헤어진 지금, 나는 내가 걸어갈 새로운 사업의 방향과 그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그녀의 축쳐진 어깨가 나를 몹시도 아프게 한다.

할 수만 있다면 선녀의 장옷이라도 훔쳐서 그녀에게 입혀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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