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의 끝에서 너를 기다린 하루
봄비눈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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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삶과 죽음 이후의 세계를 엮어 판타지 소설로 쓴 작품은 그 수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들 작품 대부분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나는 그렇게 된 이유에 대해 곰곰 생각해 보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죽음과 함께 모든 게 끝이 나 버리는 이 냉엄한 현실 앞에서 그렇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소설 속에서 우리의 미련이나 아쉬움을 죽음 이후로 조금 더 연장하거나 확장해 보려는 시도를 했던 게 아닐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어서 부르는 소리가 비껴간다'고 썼던 어느 시인의 시구처럼 칼로 무 자르듯 죽음과 함께 명확히 나뉘는 이승과 저승의 구분을 우리는 동화와 같은 판타지를 통해 슬쩍 넘나들면서 이룰 수 없는 꿈을 소설 속에서나마 이루어보려고 했던 게 아닐까. 산 자에게도, 죽은 자에게도 죽음으로 인한 영원한 이별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번복하고 싶은 간절한 꿈일 테니까 말이다.


"고인은 마지막으로 자신이 살고 싶은 시절로 돌아가서 1년간 지내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고인의 혼이 그 시절로 돌아가는 동안, 현재의 육체는 이곳 BCD 카페에 잠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고인에게 기회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 드리는 BCD 카페의 직원입니다."  (p.21)


봄비눈 작가의 소설 <파랑의 끝에서 너를 기다린 하루> 역시 그와 같은 판타지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소설의 주인공은 백여름은 철학과 교수이다. 학기의 마지막 강의를 마친 여름은 1년 사귄 예비 배우자와 만나 웨딩드레스를 함께 고르기로 한 약속을 떠올리며 서둘러 약속 장소로 향한다. 눈이 내리고 있었고, 주차장을 향해 걸어가던 여름은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그리고 그녀가 다시 깨어난 곳은 BCD 카페, 저승으로 가기 전에 머무는 곳이라는데 그곳에서 여름은 자신의 지난 삶을 돌려 보면서 다시 살아보고 싶은 시절을 선택하게 된다. 여름은 21살에 만났던 첫사랑 유현을 떠올렸고, 안유현과 보냈던 그 시간이 그녀의 짧았던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 친구와의 의리 때문에 좋아한다는 말조차 하지 못한 채 끝나버렸던 첫사랑의 순간을 선택하는 여름.


"그의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견딘 지 네 달, 남자 친구와 헤어졌지만 바로 연락할 순 없었다. 차갑게 밀어냈으면서 그에게 다시 손내밀기가 두려웠다. 그는 여전히 따뜻한 눈빛으로 날 맞이해 줄까. 아님, 내가 그랬듯 차가운 손짓으로 날 밀어낼까. 선뜻 연락하기가 두려워 우연히 마주치길 기다렸다. 우연히 마주치면, 용기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p.120)


유현과 처음 만났던 순간으로 되돌아간 여름의 두 번째 삶이 그렇게 시작된다. 여름은 1년이라는 한시적 삶이지만 좀 더 잘해 내자고 다짐한다. 그러나 두 번째 삶이라고는 하지만 모든 게 예상하는 대로 쉽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은 D-3, D-2, D-1, D day 그 끝을 향해 나아간다. 여름의 첫 번째 삶과는 다르게 마음에도 없는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유현을 선택한 여름의 간절하고 애틋한 사랑이 이어진다. 마냥 풋풋하고 아름다워야 할 여름의 첫사랑은 1년이라는 시간의 제약 탓에 어찌할 수 없는 애틋함이 감싼다.


"내일의 나는,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갈까. 내가 머문 시간은 고작 1년뿐이지만,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몸에 밴 습관들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기를 바라며 바라며 핸드폰을 열었다. 9시 공연까지 남은 시간은 30분, 어쩌면 마지막으로 누군가와 통화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p.352)


현실의 사랑이 불가능의 영역으로 확장하면 할수록 애틋함은 배가 되고, 간절함으로 인한 몰입도는 극대화된다. 그러므로 사랑을 방해하는 여러 장벽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장벽이 높으면 높을수록 사랑을 원하는 남녀 커플의 열정도 높아지고, 두 사람의 결합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열기도 뜨거워진다. 그런 까닭에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장벽인 '죽음'은 소설을 통해 종종 소환되곤 한다. 현실에서 죽음을 초월한 사랑이 전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우리는 그 장벽마저 뛰어넘고 싶은 것이다. 그 판타지를 우리는 소설을 통해 구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현실에서는 결코 뛰어넘을 수 없는 장벽이기에 우리는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이야기에 열광하고, 그렇게 가슴이 요동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한 권의 소설을 읽고 그 절절한 이야기에 눈가가 촉촉해졌지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워 애써 태연한 척 눈물을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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