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덕분인지 한동안 지속되던 낮더위는 제법 누그러진 듯 기분 좋은 선선함이 우리를 들뜨게 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연녹색 새순이 돋던 가로수들도 이제는 완연한 초록의 자태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비에 젖은 바깥 풍경을 감상하면서 나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달달한 믹스커피의 맛에 길들여진 나의 촌스러운 입맛은 한여름에도 언제나 따뜻한 커피를 찾을 뿐, 아이스커피의 이가 시리도록 차고 목을 넘기기도 힘들 만큼 쓰디쓴 맛에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젊은 친구들이 외출에서 돌아올 때마다 건네는 부담스러운 양의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차마 거절하지 못한 채 억지웃음과 함께 벌컥벌컥 들이켜곤 합니다. 그런 날이면 언제나 여러 차례 화장실 신세를 져야 하지만 말입니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주변에서 커피가 없는 일상을 상상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도로변을 따라 걷고 있노라면 한 집 건너 카페가 들어선 풍경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저렇게 많은 카페들이 다들 어떻게 먹고살 수 있는지 참으로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사무실 근처에도 많은 카페와 가게들이 서로 경쟁하며 영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물론 젊은 사람들의 단골 카페인 스타벅스도 있습니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과 매장 내 판매 형식으로 운영되는 이 카페를 젊은 사람들은 무척이나 선호하는 듯 보였습니다. 나도 물론 그곳에서의 약속 때문에 몇 번 다녀온 적은 있습니다. 그러나 며칠 전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탱크 데이 이벤트 이후 사무실의 젊은 친구들에게도 그곳의 출입을 금지시켰고, 나 역시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내가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의 유지와 번영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공동체를 위협하는 여러 요소들 가운데 인적요소만큼 관리와 통제가 어려운 것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발전에 가장 중대한 기여를 하는 것 역시 인적요소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공동체의 구성원이 서로 반목하고 뿔뿔이 흩어진다면 그 동동체의 미래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공동체든 각각의 구성원이 100퍼센트 같은 생각을 하고, 100퍼센트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경우는 있을 수 없습니다. 90퍼센트의 구성원이 동의하는 일일지라도 이를 반대하는 사람은 반드시 존재하게 마련입니다. 마치 정신병자와 같은 그들의 생각을 강제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합니다.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애도는 못 한다 할지라도 그들을 조롱하고 이를 희화화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건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의 의견과는 상충될 뿐만 아니라 인류애적 차원에서도 용납되지 않는, 반인륜적인 행위라고 하겠습니다.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바퀴벌레와 같은 이런 정신병자의 의견에 동조하는 자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스스로를 정신병자로 인증하는 것임에도 그들은 과감히 자신의 실체를 내보이곤 합니다.
나는 오늘 몇 장 남지도 않은 스타벅스 상품권을 환불받기 위해 마지막으로 매장을 방문하였습니다. 전과 다르게 매장 안은 비교적 썰렁한 분위기였지만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의 의견에 반하는 정신 나간 인간들 몇몇이 매장 한켠에서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며 낄낄대고 있었습니다. 어제부터 내리는 비는 지금도 여전히 그치지 않고, 이따금 굵어지거나 가늘어진 빗줄기만이 심심하고 나른한 오후를 비껴가고 있었습니다. 그 시각에도 우리 공동체를 위협하는 바퀴벌레 몇 마리가 숨 죽인 채 배회하고 있습니다. 또는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