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니 - 인생이 가벼워지는 15가지 불교 수업
토니 페르난도 지음, 강정선 옮김 / 윌마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교의 기본 교리라고 하면 사성제(四聖諦)와 팔정도(八正道)로 집약될 수 있다. 고집멸도(苦集滅道)로 대표되는 사성제에서 고제(苦諦), 즉 삶이 곧 괴로움(生卽苦)으로 이해되는 까닭에 태어나고(生苦), 늙고(老苦), 병들고(病苦), 죽고(死苦), 이별하고(愛別離苦), 함께하고(怨憎會苦), 획득하지 못하고(求不得苦), 오음에 집착하는(五陰盛苦) 고통은 삶 전체로 이어지는 것으로 파악한다. 이른바 팔고(八苦)라고 일컫는 이 고통은 원인이 있으며(集諦), 대중은 이 원인을 알지 못한다. 이른바 무명(無明)이라고 하는 '알지 못함'의 상태를 벗어나는(滅諦) 것을 열반이라고 하며 이것이 곧 멸성제(滅盛諦)이다. 괴로움의 원인이 '알지 못함'인 반면 이것에서 벗어나면 괴로움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괴로움을 멸하기 위한 길(道諦)로 제시되는 8가지의 바른 수행방법, 즉 팔정도(八正道)가 그것이다. 올바른 견해(正見), 올바른 생각(正思惟), 올바른 말(正語), 올바른 행동(正業), 올바른 생활방식(正命), 올바른 노력(正精進), 올바른 마음가짐(正念), 올바른 집중(正定)을 통하여 인간의 고통을 소멸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삶에는 필연적으로 고통이 존재하고, 인간으로 하여금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함으로써 이를 따르는 대중 누구나 열반에 들 수 있게 하겠다는 불교의 원대한 꿈은 일견 타당하고 논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엄격히 지키고 따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뿐이다. 그러므로 불교의 수행방식은 우리네 삶을 원숙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하나의 지침서인 동시에 누구나 알아야 할 생활 철학인 셈이다. 이러한 인식으로 인해 나는 불교가 부처님에게 각자의 소원이나 빌고 의식에 필요한 제문으로서 경전을 읊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타의 종교와 같은 것으로 보지 않아 왔다. 그리하여 나는 비록 나의 종교이자 신앙으로 천주교 세례를 받은 몸이지만, 고등학교 시절부터 가까이 지내던 스님과의 유대를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었고, 시간이 날 때마다 불교 서적을 뒤적일 수 있었다. 그와 같은 일에 대하여 마음의 부담이나 거리낌이 없었던 것이다.


"이 책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꼭 불교 신자가 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불교 신자도 이 책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당신이 기독교나 이슬람교, 힌두교, 유대교 신자이든 무신론자이든 상관없다. 이 책에 담긴 부처님의 핵심 가르침은 당신의 믿음을 전혀 위협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여기에 제시된 가르침을 실천하다 보면 이전보다 더 친절하고 침착해진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p.15 '머리말' 중에서)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니>의 저자인 토니 페르난도 역시 나와 비슷한 생각을 지닌 분인 듯하다. 정신과 의사이자 수면의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이면서 네 차례나 임시 출가하여 승려로 수행한 경력이 있다고 하니 불교에 대한 지식으로만 따진다면 나와는 비교가 되지도 않겠지만 말이다. 앞에서 말했던 팔정도는 다시 세 가지 범주인 계(戒), 정(定), 혜(慧)로 나뉜다. 윤리적 행위를 나타내는 계(戒)에는 정어(正語), 정업(正業), 정명(正命)이 속하고 정신집중을 나타내는 정(定)에는 정정진(正精進), 정념(正念), 정정(正定)이 그리고 지혜를 나타내는 혜(慧)에는 정견(正見), 정사유(正思惟)가 포함된다. 저자 역시 이를 염두에 두고 목차를 정한 듯하다. 1부 '正見----바른 견해', 2부 '戒----계', 3부 '布施----보시', 4부 '定----정', 5부 '慧----혜', 6부 '慈悲----자비'의 총 6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저자는 부처님 말씀과 더불어 이에 알맞은 저자의 상담 사례를 곁들여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이라면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취하지 말아야 한다. 맑은 정신에서 신중한 생각과 말, 행동이 나온다. 이는 타인에게 안전이라는 선물을 줄 수 있다."  (p.132)


우리나라의 문화가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템플스테이를 하기 위해 찾아오는 외국인의 수가 부쩍 늘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뿐만 아니라 불교라면 체머리를 흔들던 젊은이들에게도 그 이미지가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시쳇말로 우리나라의 사찰이 힙한 장소로 거듭난 것이다. 이와 같은 성과의 이면에는 물론 불교계의 노력이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나날이 복잡해지는 현대인의 삶에서 부처님의 가르침만큼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도 더는 없겠다는 인식이 넓게 퍼져나간 게 아닌가 싶다.


"크든 작든, 충격적이든 사소하든, 우리는 모두 고통과 시련을 겪는다. 병을 겪고, 외로움을 느끼고, 오해받기도 하며, 걱정과 불확실 속에서 살아간다. 우리가 누군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는 상관없다. 육체와 정신을 갖고 있기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필연적으로 고통을 겪게 되어 있다. 그 고통과 시련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p.310~p.311)


해가 길어지면서 한낮 기온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한낮 기온은 벌써 초여름을 방불케 한다. 봄인가 싶던 계절은 저만치 앞선 여름을 기웃거리는 듯하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짐짓 걱정이 되는지 '올여름은 얼마나 더우려고 벌써부터 이래?' 하면서 어두운 표정을 짓는다. 더위도 더위지만 더위로 인한 불쾌지수가 걱정이 되는 것이다.


오늘은 점심 식사를 친한 친구와 함께했었다. 오전에 자신의 초등학교 동창 장례식장에 다녀왔다는 친구는 표정이 어두웠다. 그의 친구는 한밤중에 심장마비로 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순서를 기다리는 도중에 사망했다고 했다. 전에도 사고로 죽은 친구는 있었지만 병으로 죽은 친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도 했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겉보기에 우리의 삶이 단단하게 유지되는 듯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허약한가 하는 것이다. 자신의 삶만큼은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리 없다고 굳게 믿고 사는 우리는 또 얼마나 허황된 생각으로 오늘을 살고 있는가. 기우는 햇살이 사무실로 짓쳐 들고 있다. 블라인드를 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