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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가 두려운 날엔 - 흔들리던 날들의 스피치, 나를 다시 세운 목소리의 기록
신유아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12월
평점 :
이렇게 시작하면 나를 꼰대 취급할지도 모르지만, 내가 초등학교(당시에는 국민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웅변대회가 자주 열렸다. 그래서인지 학교 근처 상가에서는 웅변 학원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주산 학원이나 서예 학원도 많았지만 말이다. 웅변대회는 주로 행정구역상 작은 단위에서 시작하여 큰 범위로 나아가는 방식이었다. 예컨대 읍 단위에서 수상한 학생이 군 단위에 진출하고, 군 단위에서 수상한 학생이 도 단위,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전국 단위에 진출하여 실력을 겨루는 방식이었다. 물론 주제는 그때마다 달라지곤 했으나, '반공'을 주제로 한 웅변대회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사실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만 하더라도 극단적으로 소심한 학생이었다. 오늘 학습할 부분을 읽어보라는 선생님의 지시가 혹여라도 나를 향하지나 않을까 나는 늘 노심초사하였고, 지목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나는 언제나 선생님의 시선과 마주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그럼에도 어쩌다 지목을 받는 날이면 그리 길지도 않은 교과서 문장을 읽는 동안 목소리는 물론 몸 전체가 덜덜 떨렸고, 손에는 땀이 흥건하게 고였었다. 사정이 이러하니 선생님과 반 친구들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거나 하는 일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긴장과 불안 속에서 보내는 날들이 이어지다 보니 학교에 가는 일이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몸의 위생상태를 점검하는 용의검사나 손톱검사 등 선생님으로부터 지적을 받을 일들이 공부 외에도 꽤나 많았고, 선생님의 권위가 하느님만큼 높았던 시기였던 까닭에 체벌은 언제나 일상적인 일이었다.
"스피치는 교감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이 세상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과의 소통이다. 면접장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선택을 받고 프레젠테이션 발표도 결국 사람의 마음을 울려야 한다. 말은 진심과 진정성이 상대방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진정성은 참된, 거짓 없는 진실된 마음이다. 스피치를 하는 상황이니까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느끼는 것을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마음의 문을 열고 두려움을 떨치고 스피치를 하면 쉽고 재미있다." (p.9 '프롤로그' 중에서)
내 삶에 반전이 찾아온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당시에는 전교 어린이회장을 학생들이 투표를 통하여 선출하는 게 아니라 선생님이 지명하는 구조였고, 전교 어린이회장에 지명되는 학생은 당연히 성적이 좋은 학생이었다. 모든 게 성적순으로 이루어지던, 말하자면 철저하게 권위와 서열이 지켜지던 비민주적인 사회였다. 소심하지만 그럭저럭 성적은 좋았던 나는 운이 좋게도(?) 전교 어린이회장으로 지명되었고, 매주 월요일마다 운동장에서 진행되던 아침 조례 행사에서 전체 학생을 통솔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것도 마이크도 없이 말이다. 그것을 계기로 나는 각종 웅변대회에 학교를 대표하여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역할도 함께 부여받았다. 대중 앞에 나서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사시나무 떨듯 긴장하던 모습도 자연스레 사라졌다. 신유아 아나운서의 신작 <말하기가 두려운 날엔>을 읽으면서 나의 어릴 적 모습이 떠올랐던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말하기는 결국 경험에서 비롯되는, 훈련을 통한 하나의 성과물이기 때문이다.
"스피치 할 때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눈치는 보지 않아야 한다.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 끌려다니는 삶을 살게 된다. 삶은 내가 끌고 가야 하는 것이지 타인에게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 사람들의 기준대로 사람들의 평가대로 남들이 어떻게 나를 볼까 하는 생각으로 살면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없다. 나로 살아야 한다." (p.147)
SBS 공채 개그맨 출신 아나운서로 SBS와 KBS에서 리포터로 활약했고, 기상캐스터로도 활약했던 저자는 현재 U 스피치 커뮤니케이션을 운영하며 말하기 지도에 힘을 쏟고 있는 듯하다. 신유아 아나운서의 신작 <말하기 두려운 날엔>의 목차를 살펴보면 이 책의 실용성을 파악할 수 있을 듯하다. 제1장 '세상의 모든 스피치는 내가 만든다', 제2장 '스피치를 잘하면 인생을 바꿀 수 있다', 제3장 '스피치를 잘하면 인정받는 사람이 된다', 제4장 '스피치를 잘하면 대우가 달라진다', 제5장 '스피치를 잘하면 눈도장을 찍을 수 있다'의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전적으로 스피치를 잘하는 방법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말은 곧 그 사람이다. 과거의 당신이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힘없이 얘기하는 사람이었다면 이제부터 당신은 바뀌어야 한다. 과거의 당신의 말이 굉장히 빨라 사람들이 당신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면 지금부터는 당신의 말에 대한 나쁜 습관을 고쳐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자. 멋지게 스피치 실력을 키워 과거의 당신의 모습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보여 주는 것이다." (p.252 '에필로그' 중에서)
온라인상의 간접대화가 늘고 오프라인에서의 직접 대화나 음성 통화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지만, 말하기는 여전히 중요하다. 인류가 서로서로 관계를 맺고 대화를 이어가는 한 말하기의 중요성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 나는 요즘 말끝을 흐리는 것은 물론 말을 하는 내내 쑥스러움에 몸을 배배 꼬는 모습의 젊은이들을 자주 보게 된다. 조금이라도 소음이 심한 장소에서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하였는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말을 끝까지 또박또박 말한다는 건 상대방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원활한 소통이란 정확한 의사전달에서 시작된다. 상대방이 뭔 말을 하였는지 알 수 없는데 내가 어떤 대답을 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