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자맥질을 하듯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하던 비는 새벽이 되어서야 멈췄다. 하염없는 빗소리와 함께 까무룩 선잠이 들었다가 깨기를 반복하던 나도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잠에 빠져들 수 있었다. 이렇게 잠을 설친 다음날이면 오랫동안 방치한 낡은 기계를 돌리듯 이곳저곳이 끽끽 소리를 내며 성치 않은 티를 내는 것이다. 늦은 아침을 먹고 가까운 공원으로 산책을 나왔다. 하늘은 여전히 어둡고 빗발이 잦아든 휴일 오전의 대기는 텁텁하다.



백수린 작가의 산문집 <다정한 매일매일>을 어제 받았다. 작가의 소설을 두어 권쯤 읽어본 게 다인 나로서는 백수린 작가에 대한 이렇다 할 정보를 가진 게 없다. 책을 펼쳐서 한두 꼭지의 산문을 읽어보았다. 길지 않은 각각의 글들은 작가의 일상과 음식, 과거에 읽었던 한 권의 책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글에서 언뜻언듯 드러나는 다정함의 온기들. 글이란 어쩌면 자신의 생각을 문자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문자를 통해 자신의 체온 속으로 누군가의 느낌이 스며들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눅눅했던 대기가 조금씩 가벼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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