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누구나 한번쯤 꼴통보수를 꿈꾸지 않을까.


대한민국의 국적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도 한 번 꼴통보수나 돼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자신이 꼴통보수가 아니라고 확신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가 이렇게 추정하는 까닭은 꼴통보수가 되었을 때의 혜택이 너무도 크고 달콤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말이다. 예컨대 전직 대통령의 사저 주변에서 밤새 꽹과리를 치며 시끄럽게 하는 것은 물론 흉기를 들고 위협적인 행동을 일삼아도 처벌을 받기는커녕 잘했다며 그의 누나를 대통령 홍보수석실에 특별 채용하기도 하고, 하나님을 모욕하고 욕설을 일삼는 목사도 언론이나 정계의 주요 인사들이 '목사님, 목사님' 하면서 떠받드는 등 대한민국에서의 꼴통보수에 대한 대우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면이 있다.


어디 그뿐이랴. 엄연한 대한민국 영토인 독도를 분쟁지역이라며 일본 극우의 편에 섰던 자도 잘했다며 국방부 장관에 기용하고,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비하하고 막말을 일삼았던 자도 여당의 비대위원으로 기용하는 등 대한민국에서는 꼴통보수의 전력이 출세를 향한 징검다리이자 훌륭한 이력이 되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우리나라의 언론도 그들의 비상식적 행동에 대해 비판하거나 반론을 제기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언제 그들이 장관이 되고 대통령이 될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꼴통보수가 최고권력자가 되어 나타났을 때 그를 비판했던 언론은 살아남기 힘들어짐은 물론 주변의 지인들까지 고초를 겪었던 일은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에서 넘치도록 많이 보아왔고 지금도 목도하고 있다.


내 주변에도 그런 혜택을 바라고 꼴통보수로 전향한 인물들이 여럿 있다. 한국전쟁 당시 보도연맹원의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둔 까닭에 취업 등 다방면에서 불이익을 받았던 지인 중 한 사람도 지금은 누구보다도 철저한 꼴통보수가 되어 출세를 꾀하고 있다. 죄도 없는 자신의 아버지를 무참히 살해한 대한민국의 공권력에 대해 적개심을 품을 만한데 그는 오히려 반대의 길을 택한 것이다. 아버지는 아버지고 내 인생은 또 내 인생 아니겠느냐는 게 그의 지론이다.


야당의 당대표를 살해하려 했던 인물도 어쩌면 꼴통보수로서의 이력을 쟁취하려 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무분별한 행동도 우리나라의 공권력과 언론이 잘 무마해 줄 것이라는 믿음과 나중에 그 이력을 발판으로 대한민국의 권력층으로 진출할 수도 있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 그의 가슴을 뛰게 했을지도 모른다. 세상을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꼴통보수가 되기를 꿈꾼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말이다. 그 혜택이 너무도 달콤하고 유혹적이어서. 차마 뿌리칠 수 없는 그 유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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