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다르게 예정된 행사는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일 없이 꼬박꼬박 열리는 듯합니다. 다만 확연히 악화된 경제상황을 반영하듯 행사의 씀씀이나 규모는 대폭 줄어든 게 사실입니다. 심지어 졸업식과 입학식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길거리에서 북적이던 꽃 판매상을 찾아볼 수가 없는 것도 하나의 이색적인 풍경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장미꽃 한 송이에 만 원을 호가하는 상황이니 사용한 꽃다발이 인터넷 사이트에 중고판매로 올라온다는 게 일견 이해가 됩니다. 등유가격 상승으로 난방비가 치솟으면서 생화 가격도 덩달아 올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화훼 농사를 접은 농가가 늘어나면서 장미 공급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라는 게 그들의 설명이지만 어디 꽃의 가격뿐이겠습니까. 주변을 둘러봐도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물품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렇듯 우리들 호주머니 사정은 갈수록 찬바람이 불고 좀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계절은 이미 겨울을 지나 봄으로 가고 있는 듯합니다. 바야흐로 생명의 계절입니다. 공원 한 귀퉁이에서 보았던 벌개미취의 마른 꽃대궁에도 물기를 머금은 생명의 기운이 풀풀 날리는 듯하고 까칠한 목련의 나무 기둥에 귀를 갖다 대면 아스라한 물소리가 신화 속 음성처럼 들려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하나 아쉬운 것은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기 어려워졌다는 사실입니다. 어느 유행가의 노랫말처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데 말입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우리나라의 출생률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가장 시급한 문제가 낮은 인구증가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대입 수험생이 70만 명대였던 것이 지금은 30만 명대 후반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이제는 재수, 삼수를 할수록 명문대에 합격할 확률이 월등히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지방대의 소멸은 현실로 다가왔다는 게 중론입니다. 명절에 만난 어린 조카들에게 농담처럼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너희들이 대학에 갈 즈음에는 모두 의대생이 될지도 모르겠다. 다들 의사가 되고 싶어 하니 말이야." 나는 사실 농담으로 한 말이지만 정말 그렇게 될 날이 코앞에 닥칠지도 모르겠습니다.


경제학을 전공한 어느 학자와 짧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분이나 저나 동의했던 바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로부터 적극적으로 이민을 수용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국가가 소멸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도 말하자면 유럽의 선진국들과 비슷한 경로를 겪게 될 것이라는 것이지요. 일할 사람이 없어 이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르면 이로 인해 인종간 갈등이 발생하고, 이것이 곧 사회적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우리는 지금 그와 같은 방향으로 치닫는 과도기의 어느 지점에 와 있는 듯합니다.


2023년 1월 한 달의 무역 적자액이 127억 달러라고 하더니 2월 들어 적자폭이 더욱 확대되는 모양새입니다. 열흘 만에 5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하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굴욕적이라는 비난을 들으면서도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만 몰두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 결과 얻게 될 이득은 우리나라 대통령의 G7 회의 초청 정도가 될까요? 그렇게 된들 말 한마디 못하고 올 게 뻔하지만 말입니다. 세계 민주주의 성숙도에서 우리나라는 16위에서 24위로 추락했고, 무역적자는 갈수록 그 폭이 확대되고 있고, 우리는 지금 과연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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