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어둠은 깊었습니다. 이렇게 점점 깊어지는 밤의 어둠은 성탄 무렵까지 내처 이어질 것입니다. 푸르스름한 안개가 더해진 오늘 아침의 어둠은 내 허리께로 차오릅니다. 오늘따라 무겁기만 한 내 발길은 산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허방을 짚듯 어둠 속으로 푹푹 빠져듭니다. 그리고 발바닥엔 무거운 어둠이 한 움큼씩 묻어납니다. 냉정한 어둠은 도시의 소음을 내 쪽으로 슬쩍 밀어냅니다. 아침 운행을 준비하는 덤프트럭의 엔진 소음과 멀리서 들리는 비행기 소리. 하늘을 가르는 비행기 소음은 어릴 적 듣던 맷돌 소리를 닮았습니다.
어둠 사이로 깊은 슬픔 한 줄기 뻗어갑니다. 이태원에서 있었던 젊은 영혼들의 비명과 아우성. 대학생 아들을 둔 사람으로서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비통함이 고스란히 전해옵니다. 나는 그렇게 아무도 없는 등산로 허공의 어둠 속으로 눈물 한 방울 흘려보냈습니다. 생과 사의 갈림길은 너무나 가깝고 넘나듦의 시간도 한순간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