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가와카미 데쓰야 지음, 송지현 옮김 / 현익출판 / 2022년 8월
평점 :
이 리뷰는 상당히 주관적인 글이 될 수 있다. 물론 지금껏 써왔던 대부분의 글이 주관적이었지만 이 글은 특히 더 주관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 작가가 쓴 소설 중에는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 동화와 같은 소설이 많고, 나는 그런 류의 소설들에 한없이 매료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물리적인 나이만 먹었지 심리적으로는 여전히 어린애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지도 모른다. 피터팬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서점에서 정말 있었던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의 저자인 가와카미 데쓰야가 쓴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는 위안과 희망을 주는 따뜻한 동네서점을 다룬 책이다. 일본 전역의 서점을 취재할 정도로 서점을 사랑하는 작가로 정평이 나 있는 가와카미 데쓰야의 소설답게 스토리는 고바야시 서점의 실제 이야기와 픽션을 결합한 구성으로 읽는 이에게 잔잔한 울림을 준다.
소설의 주인공인 오모리 리카는 도쿄 출신의 전형적인 도시내기로서 집을 나가고 싶다는 마음을 한 번도 가져 본 적 없음은 물론 여행도 좋아하지 않아 일 년에 한 번 부모님과 함께 하코네 온처에 다녀오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랬던 그녀가 '출판유통회사'인 다이한에 입사하여 오사카 지사 영업부로 발령을 받았다. 책이나 독서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출판유통이라는 단어조차 들어 본 적 없었던 리카. 오사카로 팔려 가는 송아지 같은 심정이었다는 그녀가 1년 반 만에 도쿄 본사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신업태 서점 개발부'의 1호 직원으로 발탁되어 다시 도쿄로 복귀하는 것은 물론 오사카에서 우연히 만난 다케루와 결혼하게 된다는 내용의 이 소설은 사실 그 구성이나 전개 면에서는 하나 특별할 게 없는 흔하디 흔한 소설일 수도 있겠다.
"애초에 왜 제가 오사카 지사입니까? 왜 영업부예요? 왜 다이한에 들어왔는지 서점 직원한테도 말해 주지 못하는 제가 왜 여기 있는 걸까요? 저보다 잘 맞는 사람도 많을 텐데. 왜 제가 다이한에 왔고, 왜 제가 영업부고, 왜 이런 장소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알려주세요." (p.61)
자신의 직속 상사 앞에서 눈물을 쏟으며 이렇게 내뱉었던 리카가 마음을 잡고 자신에게 내재된 능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게 되었던 건 순전히 아마가사키시 다치바나 상점가에 있는 고바야시 서점의 유미코 씨 덕분이었다. 인적 드문 곳에 위치한 평범한 동네서점인 고바야시 서점이 70년 동안 한 곳을 지켜올 수 있었던 비결을 조곤조곤 들려주며 마음을 잡지 못하는 사회초년생 리카를 다독이며 용기를 북돋워 주는 유미코 씨. 유미코 씨를 만난 이후로 리카는 고민이 있을 때마다 고바야시 서점을 찾았고, 유미코 씨는 그런 리카를 딸처럼 보듬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리고 자신이 겪어 온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상황에 맞는 적절한 사례를 들려주며 용기를 북돋웠다.
"물론 나를 향한 것만은 아니었을 거야.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쉬지 않고 성실히 일한 부모님. 언제나 묵묵히 배달 다니는 남편. 이 아마가사키 다치바나 상점가에서 30년 동안 계속 가게를 열어 온 고바야시 서점에 대한 신용이야. 이 신용만큼은 지켜야 한다고 굳게 다짐했어. 그저 우리가 팔고 싶으니까 파는 게 아니라 손님도 사길 잘했다는 마음이 드는 물건만을 제대로 설명한 다음 팔아야겠다고." (p.132)
대지진을 겪고 다 무너져 가는 서점을 살리기 위해 우산 장사를 겸했으며, 서점의 규모가 작아 베스트셀러 할당량이 턱없이 부족했던 까닭에 다른 작은 서점들을 불러 모아 현대를 형성함으로써 평소에는 팔 수 없었던 놀라운 성과를 일궈내기도 했다. 다이한에 결제할 돈을 모두 도둑 맞고 시름에 잠겨 있을 때 다이한의 직원들과 친구 및 선후배들이 십시일반 도와줘서 위기를 무사히 넘겼던 이야기 등 우리 주변에서 있을 수 있는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고바야시 서점의 유미코 씨는 한 편의 영화처럼 실감 나게 들려준다.
"사실은 여기에 소개한 것의 몇 배가 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맞지 않아 쓰라린 마음으로 생략했습니다. 다른 에피소드나 그 후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부디 직접 고바야시 씨 본인에게 이야기를 들어 보세요. 다만 이야기가 길어질 수 있으니 다음 일정은 잡지 않기를 권합니다." (p.254 '작가의 말' 중에서)
우리 주변에도 고바야시 서점과 같은 동네서점들이 있다. 그러나 모든 게 대형화되고 플랫폼 기업으로 흡수됨으로써 동네서점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편리함의 추구는 서점 주인과 단골 고객 사이의 따뜻한 우정마저 끊어놓았다. 코로나 시국을 거치면서 확대된 비대면의 활성화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은 것일까. 삶의 온기는 당신의 손을 직접 잡아 보았을 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정임을 책은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엔 당신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작가는 고바야시 서점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쓸쓸하거나 외롭다고 느끼는 당신에게도 고바야시 서점의 유미코 씨는 언제나 한 줄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