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많이도 올랐다. 생각 없이 물건을 사다가도 영수증에 빼곡히 적힌 품목 하나하나의 물건값을 재차 확인하게 된다. 바코드에 찍힌 가격을 그대로 더한 것이니 틀릴 까닭이 없겠지만 혹여라도 구매한 물건의 개수가 하나인데 둘로 계산된 것은 아닌지, 매대에서는 분명 가격 할인 이벤트 중이라는 문구를 보았는데 할인가가 아닌 정상가로 계산된 것은 아닌지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으면서도 몇 번을 확인하게 된다. 제대로 계산된 영수증임을 잘 알면서도 과하다 싶은 생각에 뭔가 톡톡히 손해를 본 느낌이 들고, 다른 누군가에게 억울한 마음을 따져 묻고 싶은 것이다.


친구와 함께 모처럼 점심을 같이 하면서도 메뉴판의 음식 종류보다는 가격에 먼저 눈이 갔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사람들은 다들 거리낌 없이 음식을 주문하고 한껏 들뜬 마음으로 담소를 나누는데 나만 괜히 좀스럽게 구는 게 아닌가 싶어 한풀 기가 꺾였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밤에도 불을 끄지 않고 자는 게 습관이 되었다는 친구의 푸념 섞인 하소연이 있었다. 불을 켜 놓은 채 잠이 들면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는 건 알지만 불을 끄는 게 왠지 싫다고 했다. 부모와 떨어져 직장생활을 하는 딸과 지방에서 약대를 다니는 아들이 있는 친구는 외지로 자식들을 떠나보낸 후 유난히 힘들어하는 눈치였다. 덩그러니 부부만 남은 집에서 텔레비전의 소음도 없는 적막을 한 꺼풀 어둠으로 감싼다는 게 어디 그리 달가운 일일까마는 그 복잡한 심정마저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게 우리네 인생이라면...


썩은 열정(경상도 사투리로는 '석은 열정' 되시겠지만)의 횡포가 도를 넘고 있는 느낌이다. 어린 훈이를 장관에 내정했다는 소식을 속보로 들었을 때 사무실 직원들 모두 한동안 얼이 빠져 있었다.  누군가의 입에서 "저건 아니지!" 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고, "설마..." 하면서 다음 말을 잇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썩은 열정으로 인해 자신의 몸을 해치고 결국에는 멀쩡했던 자신의 생명을 잃고 마는 경우를 목도하게 된다. 썩은 열정이 건강한 몸과 맞짱을 뜨는 형국이랄까.


내일 4월 16일은 세월호 8주기. 나는 지금 이해인 수녀님의 <꽃잎 한 장처럼>을 읽고 있다. 2021년 4월 16일에 있었던 수녀님의 메모를 옮겨본다.


"오늘은 세월호 7주기! 나는 왠지 오늘 마음뿐 아니라 몸까지 아픈 느낌이 드네. 지난번엔 이곳을 다녀간 주희.솔비와도 문자로 대화를 하고, 죽은 덕하의 엄마 김상희(사라) 씨와도 문자를 주고받았지. 오늘 방영하는 많은 프로그램들이 있으나 나는 <열여덟의 기억, 스물다섯의 약속> 외엔 슬퍼서 보게 되질 않는구나. 더 이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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