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출근 시간에 늘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이 있게 마련입니다. 일종의 루틴인 셈이지요. 저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메일을 체크하고 자신의 일과를 정리하는 일이야 기본 중에 기본이니 차치하더라도 바쁜 현대인들이 오전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보내는가 하는 문제는 업무 성과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듯합니다. 예전에 다니던 직장에서는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서너 종류의 종이 신문을 읽는 게 나만의 경건한 의식인 양 행해지곤 했습니다. 그러자면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남들보다 한 시간 먼저 출근해야만 했고, 빈 사무실의 고요함 속에서 신문을 읽는 재미는 그야말로 꿀맛이었습니다.

 

그러나 직장을 옮겨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종이신문을 접할 기회는 영영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아무도 펼쳐보지 않은 종이신문에서 풍기는 구수한 잉크 냄새와 사무실에 퍼지는 종이 접히는 소리 등은 마치 오래된 동무처럼 익숙한 풍경이었는데 그마저도 사라지고 나니 세상은 온통 IT 기계와 스크린 속 활자로만 가득한 듯 여겨졌고, 그 삭막함 속에 힘껏 내동댕이쳐진 느낌이었습니다. 나는 결국 평일에 내가 머무는 숙소에서 종이 신문을 구독하기로 하고, 무려 네 종류의 신문을 구독하게 되었습니다. 종이신문으로는 한겨레, 조선, 매일경제를, 그리고 Financual Times 온라인판이 그것이었습니다. 나는 언제나 같은 기사일지라도 성향이 다른 두 신문사의 기사를 함께 읽는 버릇이 있는지라 한겨레와 조선이라는 어찌 보면 극과 극의 이념 성향을 보이는 두 신문사를 선택했던 것이지요. 물론 최근의 한겨레는 열심히 우클릭을 한 탓에 진보 신문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의 반거들충이 진보 신문이 되었지만 말입니다.

 

그렇게 나는 몇 년째 열혈(?) 구독자로 잘 지내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불거진 조선일보의 패악질로 인해 나는 조선일보의 구독을 사실상 끊었습니다. '사실상'이라고 쓴 이유는 매우 단순합니다. 구독 철회를 통보하자 무료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테니 계속해서 신문을 구독하라며 원하지도 않는 신문을 줄기차게 배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배달된 신문들을 문 앞에 차곡차곡 쌓아 놓고 있는 실정이지만... 아무튼 나는 조선일보를 끊고 중앙일보로 대체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신문은, 더구나 최대 구독자수를 자랑한다는 일간지는 일개 기자의 한풀이 수단이나 평소 자신의 이념과 달랐던 특정인을 향한 조롱이나 모욕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되는 순간 그것은 신문이 아닌 특정인이 제작한 조악한 전단지로 전락하고 마는 것입니다. 그와 같은 전단지를 읽을 필요도 없겠거니와 돈을 내면서 구독할 필요는 더더욱이 없는 것이지요. 관련도 없는 기사에 현직 대통령을 모사한 일러스트를 삽입하는 정도는 그저 애교 수준에 불과했는지도 모릅니다. 하다 하다 이제 더 이상 할 게 없었던지 성매매 관련 기사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딸의 삽화를 삽입하는,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짓을 백주 대낮에 버젓이 아무 거리낌 없이 저지르고야 말았습니다. 무슨 짓거리를 해도 어떤 처벌도 받지 않으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왔던 것이지요.

 

종이 신문을 구독한다는 게 이렇게나 어렵습니다. 공짜로 보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이름만 대면 다 알 만한 중앙 일간지의 기사가 일개 네티즌의 댓글 수준보다도 못하다는 사실이 한국 언론의 현 수준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1'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32%로 조사 대상 46개국 중 38위라고 합니다. 주요 매체별로 보면 조선일보가 34.82%로 지역신문보다 낮게 나와 최하위를 기록하였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정작 놀라운 사실은 이런 질 낮은 언론 매체를 여전히 신뢰하고 있는 국민이 34%나 된다는 것입니다. 미치지 않고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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