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위선을 한 꺼풀 벗겨내면 돈을 향한 탐욕의 모양새는 대개 다 비슷비슷한가 보다.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 몇몇과 대화를 나눠 본 결과 재산 등록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것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민한 반응을 보였다. 말인 즉 부동산 투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지난 몇십 년 동안 부동산을 통해 재산을 형성해 왔던 우리 세대에게, 혹은 재산의 9할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어떤 대비도 없이 투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해버리면 부동산 가격의 폭락은 피할 수 없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다른 사람은 둘째 치더라도 자신만큼은 재산상 손해를 조금도 볼 수 없다는 게 그들의 논리였다. 집값이 너무 올랐다고 아우성치는 젊은 사람들의 사정이야 나 알 바 아니고 내가 사는 집의 집값이 떨어지는 건 원치 않는다는 이기적인 논리. 지난 정권에서도 이런 사정으로 인해 투기는 방조하여 왔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제는 친구들의 자녀들도 대부분 장성하여 취직을 하고 독립을 할 나이가 되었건만 집값 하락은 절대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그들의 논리가 참으로 허황되게 느껴졌다.
탐욕의 지도로 보면 세대 간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듯 보인다.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하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저렴하고 질 좋은 집이 제공되어 결혼도 하고, 알뜰살뜰 재산도 모을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테고, 양육의 부담에서 조금쯤 벗어난 장년 세대에게는 노후 자금을 위해 아파트 가격이 조금 더 올랐으면 싶은 게 솔직한 바람일 터였다. 어떻게 하면 세금은 줄이고 아파트의 매매가는 높일 수 있을까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던 세대에게 이제부터는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을 통해 돈을 벌 생각은 애시당초 그만두라고 못을 박는다면 그 원망이 모두 정부 쪽으로 갈 게 당연하다. 이런 까닭에 지난 정부들은 모두 부동산 투기 근절의 시늉만 하다가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지금처럼 대대적으로 칼을 빼 든 경우는 없었다.
오늘 낮에 들렀던 한 식당의 아주머니 왈, "왜 이렇게 바람이 불지?" 하면서 짜증을 냈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분다고 짜증, 날씨가 좋으면 날씨가 좋다고 짜증, 비가 오면 비가 온다고 짜증... 하느님도 이런 상황에서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도통 감을 잡기 어려울 것이다. 젊은 층엔 집값 상승이 부담, 중장년 층엔 집값 하락이 부담,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하나. 인간의 탐욕이 이럴진대 전 국민을 상대로 주야장천 미니멀 라이프 교육만 계속할 수도 없고...